인권위 발표에도 피해자 탓하는 친문들 "미필적 고의 살인"

입력 2021-01-26 13:32   수정 2021-01-26 14:06


국가인권위원회가 25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 피해자에게 한 성적 언동 일부를 사실로 인정하며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인권위 조사 결과에도 일부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은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과거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여기자 성희롱 논란을 일으킨 장용진 아주경제 기자는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인권위 발표를(동의하지 않지만) 살펴보면, 고소인의 주장이 100% 맞다고 해도 강제추행이 아니라 성희롱이다. 그 정도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민사소송이라면 몰라도 고소는 어불성설"이라며 "그런데 김재련(피해자 측 변호사)은 고소를 종용했고 강행했다. 법을 알면서도 그런거다. 그리고 사람이 죽었다. 고의, 적어도 미필적 고의"라고 주장했다. 장용진 기자는 대표적인 친문 성향 언론인이다.

팟캐스트 '나는꼼수다'(나꼼수) 출신인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해당 글을 공유하며 "인권위 판단이 100% 진실에 기초해 있다면 박원순은 (형사처벌 대상도 아닌) 성희롱이 이유가 돼 생을 던졌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인권위 조사 결과를 비꼬았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며 국민이 적폐청산에 앞장선다'는 취지로 활동하는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적폐청산연대) 신승목 대표는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를 무고 및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고발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신승목 대표는 "억울하게 돌아가신 박원순 시장님의 명예회복을 위해 반드시 진실을 밝혀 여비서와 김재련을 구속시키고 실형선고 받게 할 것"이라며 "여비서가 박 시장님을 성추행하는 듯한 동영상, 박 시장님을 극찬하며 '사랑합니다' 라고 개인적으로 작성한 손편지 3통 및 비서실 인수인계서 등 (무고 증거가)차고 넘친다"고 주장했다.

그는 "3연임을 한 최고의 서울시장이 운명을 달리해 억울하게 돌아가신 사건"이라며 "박원순 시장님을 죽음으로 내몬 저자들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 모두 사법처리해야만 한다. 파렴치한 범죄자들로 인해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서울시장을 잃은 매우 안타깝고 통탄할 사건이기에 서울시민은 물론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할 때"라고 했다.

신승목 대표는 인권위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성희롱을 인정한다해도 여비서의 성추행으로 보이는 듯한 동영상 등도 있기에 쌍방으로 보인다"며 "결과적으로 여비서와 김재련이 박원순 시장님을 성폭력특례법상 통신매체이용, 업무상위력추행 및 형법상 강제추행 고소 사건은 이쪽의 차고 넘치는 증거가 있기에 무고"라고 재차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권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경찰 수사에서 혐의 없음으로 판단이 났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 변호사 박원순 시장에게 피해주장자 말만으로 일방적으로 성희롱이라는 판단을 내린 인권위는 경찰과 법 위의 판단을 하는 초법적인 단체인가?"라며 "인권위원장은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 게시글은 청원 요건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비공개 처리됐다.

한편 인권위는 25일 2021년 제2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 전 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보고 안건을 상정해 심의한 결과 서울시와 여성가족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 관련 제도 개선을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에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이와 같은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행위들을 제외하고 피해자가 주장한 다른 여러 피해 의혹들은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인권위는 "피조사자(박 전 시장)의 진술을 청취하기 어렵고 (박 전 시장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반적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관계를 좀 더 엄격하게 인정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인권위는 인정된 사실만으로 박 전 시장의 성적인 말과 행동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했다.

피해자 측은 입장문을 내고 "이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질 시간이 됐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서는 "가해자가 소속되었던 당이자, 집권 여당이고 다수당이고, 법제를 만들고 검토하고 정비하는 입법자로서 더불어민주당은 지금까지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했다"고 맹비판하며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하고, 사안을 축소, 은폐, 회피하려고 했던 모든 행위자들을 엄단하여야 한다"고 했다.

피해자 측은 "이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 (민주당의)이 메시지가 박원순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신호탄이었고,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수호하기 위해 피해자의 일상을 끝도 없이 파괴했다. 사실의 영역이 아닌 믿음의 영역 안에서 피해자를 공격했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뱉어 놓은 말과 글을 삭제하기를 바란다. 음해성 가짜뉴스 게시자들은 구속수사, 엄중 처벌되어야 한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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