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회사로 변신한 GS홈쇼핑…직원 20%가 개발자

입력 2021-01-26 17:05   수정 2021-02-0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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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호스트의 말도 데이터화(化)하라’.

GS샵 디지털전환(DT) 전문가들이 구현 중인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예컨대 방송 진행자가 어떤 ‘멘트’를 했을 때 주문량이 올라가는지를 데이터로 축적해 향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GS샵은 한 쇼핑 호스트의 발언 실수 하나로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일을 겪은 바 있다. 데이터에 기반한 방송은 이 같은 위험을 방지하는 데도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GS샵의 변신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를 통틀어 디지털 전환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1000여 명 직원 중 약 20%가 정보기술(IT) 엔지니어일 정도다.
온라인 쇼핑으로 진화 중
GS홈쇼핑(법인명)의 사명은 GS샵이다. 2009년부터 바꾼 사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유가 있다. TV에 국한됐던 유통 채널을 온라인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GS샵의 신사업전략그룹을 이끌고 있는 박영훈 부사장은 “20여 년 전 TV홈쇼핑은 유통업계의 벤처나 다름없었다”며 “최근 GS샵이 진행 중인 디지털 전환은 TV홈쇼핑이 처음 나왔을 때만큼의 격변”이라고 설명했다.

GS샵이 겨냥하고 있는 최종 목적지는 ‘초(超)개인화’다. 박 부사장은 “개별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인공지능(AI)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해 최대한 알아내 우리가 갖고 있는 상품과 콘텐츠와 교집합을 만들어 보겠다”며 “추천 엔진을 어떻게 구현할지 등을 계속 탐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데이터 동맹’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미 현대자동차 등 5~6곳과 보유 데이터를 교환하고 있다. 현대차가 보유한 차량 소유주와 관련한 위치 기반 정보가 쇼핑 데이터와 결합되면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 신세계보다 빠르다
전문가들이 GS샵의 ‘디지털 변신’에 주목하는 이유는 국내 유통 대기업 중 가장 속도가 빨라서다. 박 부사장은 “T커머스까지 포함하면 홈쇼핑 업체만 12개에 달한다”며 “TV 자체가 사양길인 데다 쿠팡, 마켓컬리 등 신흥 강자들이 무섭게 커가고 있어 변화를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GS샵의 디지털 전환은 2016년부터 본격화했다. IT 인프라부터 싹 바꿨다. 그룹 계열 IT서비스 회사에 외주를 주던 관행을 끊었다. 대신에 자체 인력을 키웠다. 박 부사장은 “전체 직원의 20%가량이 IT 엔지니어”라며 “직원의 절반 이상을 실리콘밸리로 단기 연수를 보내 유연한 사고를 기르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GS샵은 데이터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가장 빨리 움직였다. 박 부사장은 2016년부터 디지털전환업무 등을 맡은 신사업전략그룹을 총괄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작년 하반기에 대표 직속으로 최고데이터책임자(CDO)를 처음 임명했다. 이마트 계열의 SSG닷컴 역시 데이터 총괄임원을 지난해 영입했다.
“모든 결정은 데이터에 기반하라”
GS샵에선 ‘판매와 관련한 모든 결정은 데이터에 기반하라’는 원칙으로 움직이고 있다. 박 부사장은 “과거엔 상품관리자(MD)가 자신들의 경험에 근거해 판매할 상품을 골랐다”며 “2016년 이후로는 데이터 결과값에 근거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업무 방식을 바꿨다”고 말했다.

GS샵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이 꼽힌다. 투자 규모만 약 5000억원에 달한다. 박 부사장은 “첨단 IT 환경을 구축하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려 할 때 GS샵은 수십 개에 달하는 스타트업 파트너와 협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GS샵이 올해 GS리테일과의 합병을 통해 어떤 시너지를 낼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전국 1만5000여 개의 편의점 GS25 등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한 신개념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박동휘/노유정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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