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상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여의도지역 재건축이 속도를 내고 있다. 1977년생 서울 여의도동 목화아파트(312가구)가 재건축 정밀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했다. 인접한 미성과 은하 아파트는 최근 재건축 추진을 위한 예비 안전진단(현지조사)을 패스했다. 재건축 기대에 가격도 강세다. 여의도 재건축을 사실상 막고 있는 서울시가 변수라는 지적이다.
여의도에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 단지가 몰려 있다. 영등포구청에 따르면 여의도동 16개 아파트(91개 동, 8086가구) 가운데 14개 단지가 정밀 안전진단에서 D등급 이하를 받아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2일 미성(577가구) 은하(360가구) 두 단지가 재건축 정밀 안전진단의 전 단계인 예비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16개 단지 가운데 여의도 시범(1971년 준공, 1791가구)과 삼부(1975년 준공, 866가구), 광장(1978년 준공, 744가구) 등 대부분은 2017~2018년 안전진단 관문을 넘었다.
가격도 오르고 있다. 목화 전용면적 89㎡는 지난달 28일 15억9000만원에 거래된 뒤 현재 호가는 18억원까지 뛰었다. 은하 전용 121㎡는 지난달 24일 19억5000만원에 최고가 거래됐다. 지난해 7월 매매가격(17억8000만원) 대비 1억7000만원 올랐다. 미성 전용 92㎡도 지난해 7월 16억원에 거래된 뒤 지난달 16억3000만원에 손바뀜돼 3000만원 상승했다. 여의도동 K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마포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많다”고 설명했다.
여의도 재건축은 2018년 이후 사업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서울시는 2018년 여의도 마스터플랜(통합개발계획)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용도지역 상향 등을 통한 여의도 개발 계획안은 그러나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전면 보류됐다. 서울시는 이후 “마스터플랜을 짜고 있어 개별 단지의 재건축 계획을 승인해줄 수 없다”며 시범아파트 등의 사업을 보류시켰다.
이 때문에 주민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시범아파트 입주민들이 ‘안전사고 백서’를 작성해 배포할 정도로 주거 환경이 열악하다는 평가다. 인근 학교와 공원 등도 재건축 정비사업을 염두에 두고 개·보수를 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여의도 재건축을 막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서울시장 선거 후보자들이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서다. 여의도 한 재건축추진위 관계자는 “준공 40년이 지난 노후 아파트라 주민들의 불안이 크다”며 “재건축을 못 하게 막는 건 명백한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하소연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여의도와 압구정, 용산 등의 재건축사업은 단기적으로 집값을 올려놓겠지만 공급을 늘려 결국 가격을 하락시킬 것”이라며 “재건축을 무조건 막으면서 부작용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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