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양(兩)파 또는 무(無)파입니다.”
이재명 경기지사(사진)가 자신의 정치 성향을 묻는 질문에 곧잘 답하는 말이다. 좌파도 우파도, 보수도 진보도 아닌 ‘실용주의자’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히려 굳이 따지자면 진보보다 보수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어느 분야건 현재 헌법이나 법률의 테두리에서 좋아질 수 있다고 믿고 있다”(한국경제신문 2016년 12월 12일자 인터뷰)는 이유 때문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이념상 좌우를 오가는 인물”(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라는 분석이 있긴 하다.
이 지사의 경제정책 방향은 크게 △대규모 확장재정을 통한 복지 확대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과 강력한 공권력 행사 △재벌 개혁으로 요약된다. 세부 정책 실행 과정에서는 실용주의적인 측면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이데올로기적인 큰 줄기상으로는 진보 및 좌파, 그중에서도 급진 성향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민을 공적이전소득(정부, 공공기관이 주는 돈)에 중독시키는 ‘한국판 차베스(전 베네수엘라 대통령)’”(황태순 정치평론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지사가 과연 중도·보수층을 끌어안는 여권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기본대출은 대부 업체의 법정 최고금리를 연 10%로 제한하고, 일부 미상환에 따른 손실(최대 10%)은 국가가 부담해 누구나 저리로 장기대출을 받게 하자는 정책이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으로는 단기적으로 국민 1인당 연간 50만원, 장기적으로 연간 200만~600만원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재확산에 대응한 전 국민 재난기본소득(재난지원금)의 조속한 지급을 제안하고 있다.
모두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는 그의 지론이 반영된 정책이다. 이 지사는 저서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에서 “선별적 복지를 넘어 보편적 복지로 모두 함께 잘사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기본주택의 경우 정부가 출자·설립한 ‘장기임대주택 매입공사’가 발행한 공사채를 재원으로 삼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어떤 식으로 공사채를 발행하든 문제가 발생하면 결국 국민의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더 나아가 “재난지원금을 30만원씩 100번을 더 줘도 상관없다”고 주장할 정도로 대규모의 확장 재정을 주문하고 있다.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역시 1차적으로 국채 발행을 꼽고 있다. 정부가 금리 0%의 54조원 규모 영구국채를 발행해 한국은행이 인수토록 하고, 그 돈으로 국민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하자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외환시장 교란을 우려하고 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영구국채도 국가부채이기 때문에 국가신용도가 추락하면서 외환위기가 덮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19대 대선 당시 이 지사를 평가절하했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4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배달의민족도 경기도가 앱을 만들겠다고 하니 바로 무릎을 꿇었다”며 “지지자들은 ‘이재명이 일 잘해’ ‘뭔가 하려면 저렇게 해야 해’라고 말한다”고 치켜세웠다.
비판도 만만치 않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해 4월 경기도가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인상 추진에 맞서 공공 앱을 내놓기로 하자 “시장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며 인기영합주의”라고 지적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해 9월 “지역화폐가 다양한 손실과 비용을 초래하면서 경제적 효과를 상쇄하는 역효과를 낸다”고 일침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보수적, 점증적, 현실적 접근이 풀지 못하는 답답한 현실을 타개하고자 하는 국민의 열망을 그 누구인들 읽지 못하겠느냐”면서도 “이상적인 해결책의 급진적 도입은 이 지사가 예상하지도, 책임질 수도 없는 많은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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