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수도권 집값을 올리는 불쏘시개가 됐다. GTX노선이 지나는 후보지역이 나올 때마다 지역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고양시, 파주시, 양주시에 이어 최근에는 안산까지 확산됐다.
GTX는 정부가 서울로 집중되는 집값 상승세를 막고 수도권의 교통망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발표한 교통수단이다. 3기 신도시 발표와 맞물려 발표됐던 GTX는 수도권 집값을 단기 급등시키는 원흉이 되고 있다.
최근 가장 뜨거운 곳은 안산시 본오동 일대다. 수도권 전철 4호선 상록수역이 있는 이 부근에 GTX-C 노선이 정차할 수 있다는 소식에 30년이 넘은 연식의 아파트들의 거래가 터지고 일대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GTX 기본계획에 따르면 GTX-C 노선은 경기 양주 덕정역과 군포 금정·수원역까지 이어진다. 중간에 금정역에서 갈라지는 회차역으로 상록수역이 언급됐는데, 지역에서는 "정차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아파트실거래)에 따르면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을 비롯해 주변의 사동, 성포동, 초지동 등 주요 아파트들의 매물이 급격히 감소했다. 사동 푸른마을 5단지는 지난 24일만해도 매물이 53건이었지만, 27일 현재 25건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년 10월부터 입주해 매물이 있는 사동 그랑자이2(2872가구)의 호가도 급등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이 단지의 전용 84㎡ 매매가는 6억원 초반대에 형성됐고 매물들은 6억원 중반을 희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GTX와 관련된 소식이 전해지고 매물들의 호가가 6억원 후반에서 7억원초반대까지 뛰어올랐다. 단지 내의 공인중개사는 "1단지에는 매물이 거의 없고 그나마 2단지에는 매물이 있다"며"입주 장에서는 보통 호가가 내려가곤 하는데, 이번에는 호재가 나오면서 되레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원흥동일스위트는 전용 84㎡가 11억원으로 지역 내에서 가장 높은 거래가를 기록한데 이어, 삼송원흥역푸르지오는 92㎡가 10억1400만원, 전용 84㎡가 9억2000만원에 거래가 나왔다. 삼송2차 아이파트는 지난 12일 전용 84㎡가 10억원(23층)에 계약됐다. 삼송마을 동원로얄듀크(116㎡)가 9억5000만원, 삼송스타클래스(전용 84㎡)는 9억1000만원으로 이달에 각각 주택형 최고가를 찍었다. 삼송스타클래스는 10여일 전 거래가(8억1000만원) 보다 1억원이 올랐고, 1년 전인 작년 1월의 매매가 보다는 3억원가량이 급등했다.
GTX-C노선 기대감이 있는 양주도 마찬가지다. 2기 신도시인 양주신도시에서는 전용 84㎡가 6억원을 넘보고 있다. e편한세상 옥정어반센트럴은 지난달 5억9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고, 매물은 거의 없는 상태다. e편한세상옥정에듀써밋은 이달들어 5억80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다. 호가는 7억원을 넘나들고 있다. 전용 66㎡가 최근 5억4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되면서 한달 만에 종전 거래가(3억8000만원) 보다 1억6000만원이 올랐다.
부동산 전문가는 "GTX 호재로 수도권 집값이 오른다는 건 결국 서울과의 접근성을 호재로 평가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며 "그만큼 서울의 가치와 집값을 높게 보고 있는데, 공급은 지지부진하니 또다시 서울 집값이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고 내달 초 발표할 대도시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홍 부총리를 비롯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서울시 부시장,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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