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사업 부문의 재편을 선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자동차 50%, 도심항공모빌리티(UAM) 30%, 로보틱스 20%를 제시했다. 흥미로운 점은 세 가지 모두 제조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UAM과 로봇을 직접 만들어 여객 및 물류, 서비스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오랜 시간 자동차 제조에만 주력해왔지만 이제는 새로운 이동 수단을 통해 제조와 동시에 모빌리티 사업자로 나선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자동차 부문은 계속 제조의 영역에 머무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자동차도 제조와 함께 이동 서비스 제공자로 나서는 게 현대차그룹의 목표다. 자동차를 만들어 판매도 하지만 직접 여객 및 화물사업에 진출한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특히 화물 부문의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되면 물건을 옮기는 일은 손쉽게 해결이 가능하다. 이미 많은 준비가 이뤄진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한발 먼저 화물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앞으로 내놓을 운송 수단에 전기 동력 시스템과 고도화된 지능 시스템을 넣고 GM이 직접 물건을 옮겨주겠다는 사업 계획을 밝혔다. 더 이상 제조에 머물지 않고 제조물을 활용한 미래 운송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셈이다.
현재의 흐름에 비춰봤을 때 ‘제조업=운송업’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동 수단의 지능화가 효율적인 운송으로 직결될 때마다 대규모의 운송 수단이 필요한 시대는 서서히 저물 수밖에 없다. 제조물을 가진 자가 활용의 주도권까지 가져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또 하나. 자동차 회사가 교통 및 물류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지능형 전동화 이동 수단의 가격 때문이다. 전기 이동 수단과 지능을 모두 갖추면 제조물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어 교통 및 물류 비용 증가로 연결된다. 이때 제조사가 직접 이동의 주체가 되면 중간 유통이 줄어 비용 인상 억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이미 현실은 눈앞에 바짝 다가왔다.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현대차 엑시언트 자율주행 화물차 3대로 군집주행 시험에 성공했다. 맨 앞에 있는 차에만 운전자가 있었을 뿐 뒤따르는 두 대의 화물차에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았다. 게다가 여러 대의 화물차가 함께 이동하면 뒤따르는 차의 공기 저항이 감소해 에너지 사용이 감소하면서 탄소도 적게 배출된다.
물론 군집 시험주행의 외형적인 명분은 화물 운전자의 피로도 감축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제조사의 직접 물류 가능성을 타진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기존 택배회사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운전자 한 명에 의존해 한 대에 물건을 싣고 옮길 때, 운송 수단 제조사는 무인 운송으로 세 대를 옮기는 식이다. 이렇게 물류 시장에 진출한다면 다음은 당연히 여객이다. 최근 미국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CES 2021’에서는 여객 모빌리티에 활용될 다양한 이동 수단이 공개됐다. 특히 이들의 경쟁은 감정 없는 화물과 달리 복잡한 신경망을 가진 인간의 감정을 읽으려는 노력에서 더욱 돋보였다. 인간과 사물은 이동의 경험이 달라도 너무 다르니 말이다.
권용주 <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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