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과 관련 "피해자와 가족들께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의원 신분이던 이 대표는 박 전 시장 의혹에 대해 사과하면서 피해자를 '피해 고소인'이라고 지칭하며 유감 표명을 한 적이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희롱 등에 관한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며 "인권위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는 "국민께도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며 "피해자께서 2차 피해 없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저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권위가 서울시와 여성가족부 장관 등에 보낸 제도개선 권고 역시 존중하겠다"며 "관계기관과 협력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성별 격차를 조장하는 낡은 제도와 관행을 과감히 뜯어고치겠다"며 "우리 사회의 여성 역압구조를 해체하겠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성범죄가 다신 발붙이지 못하도록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선 관련 법을 고쳐서라도 처벌을 강화하겠다"며 "제도가 공허해지지 않으려면 사회적 공감대와 구성원들의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성평등이 문화가 되고 일상이 될 때까지 민주당은 전국여성위와 교육위를 중심으로 성평등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며 "윤리감찰단과 윤리신고센터,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 통해 당내 성비위 문제를 더욱 철저히 감시하고 차단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과가 나온 건 박 전 시장의 사망 이후 반년만이다. 이 대표의 사과에 대해서는 '뒷북 사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박 전 시장이 목숨을 끊은 뒤 닷새 만에 페이스북에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처절하게 성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피해자를 '피해 고소인'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됐다.
당시 대표를 맡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묻는 기자들에게 "그런 걸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하는 것인가. 최소한 가릴 게 있다"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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