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한시적 부가세 인상 주장에 주목하는 것은 ‘일단 주자’가 아니라 어떤 돈으로, 즉 ‘재원문제’에서 그래도 현실성 있는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그것도 현 정부 들어 일관되게 밀어붙여온 ‘부자증세’가 아니라, 국민 누구나 부담하는 보편증세를 들고나온 것이다. 코로나 쇼크가 아니더라도 날로 급증하는 복지지출에 부응하고 나라살림이 지속가능하려면 국민 공감대를 전제로 보편증세를 신중히 논의해 볼 만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부가가치세율 조정이나 전체 근로자의 40%에 육박하는 근로소득세 면제자를 줄이자는 주장이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당장의 선거를 의식한 게 아니라 중장기 관점의 건전재정을 염두에 두고, 코로나 위기 극복과 자영업 지원에 전 국민 동참을 독려하는 차원이라면 한시적 부가세 인상론은 충분히 공론화에 부쳐볼 만도 하다. 소득세·법인세와 더불어 ‘3대 세목’인 부가세를 40여 년 만에 손대는 것이라면 서두르지 말고 차분히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아울러 증세 논의에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재정집행에서 낭비요인을 없애고 군살을 빼야 한다. 해묵은 과제인 복지 구조조정은 물론 ‘관제 일자리’ 같은 오도된 정책의 수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정부 혁신적 모멘텀이 갖춰질 때 지금 현안인 ‘자영업 손실보상’도 뒷말 없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전제는 부가세 인상론이 여권의 ‘부유세 신설’ 등 부자증세로 가기 위한 또 다른 ‘여론 떠보기’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부가세 인상 논의는 시늉만 한 채, 결국은 부자증세로 가기 위한 선거전략 차원의 보편증세론이라면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게 낫다. 부가세는 소비자 부담이지만 납부방식의 특성으로 인해 중소사업자의 체감 세부담이 늘어나는 문제도 있다. 정부의 공약이나 정책기조와도 방향이 달라 결론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주장만 불쑥 던지기보다 여권 안에서부터 논의의 숙성과 차분한 공론화 과정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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