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전기차 시대를 맞았지만 내연기관차에서 이어진 현대자동차와 기아 간 '내전'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현대차와 기아에 따르면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가 내달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어 3월에는 기아의 CV가 공개된다.
두 차량은 유럽 시장에 먼저 선을 보인 후 국내에는 각각 4월과 7월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새로 출시된 차량의 신차효과가 3개월 가량 유지되는 점을 감안해 두 차량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국내 출시 시점을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동급 승용차 시장에서 내전을 계속해온 이력이 있다. 준대형 세단에서는 그랜저와 K7, 중형 세단에서는 쏘나타와 K5가 그렇다. 준중형 세단인 아반떼와 K3도 경쟁관계이고,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와 쏘렌토도 마찬가지다.
이들 차량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등을 공유한다. 실내외 디자인 등에 차별화 요소를 두고 있지만, 출시 시점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에 매년 경쟁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CV는 기존 전기차와 달리 전용 플랫폼 E-GMP를 탑재한 전용 전기차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플랫폼에 억지로 짜맞춘 전기차의 경우 구조적 한계가 뒤따랐지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차량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공유한다. 이에 동력 성능이나 주행거리 등에서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을 전망이다. E-GMP는 1회 충전 시 최장 500km를 주행할 수 있다. 또한 800V 충전 시스템을 갖춰 초고속 급속충전기를 사용하면 18분 이내 80% 충전이 가능하다. 급할 때 5분만 충전하면 100km 주행이 가능한 셈이다. 양방향 충전방식인 V2L도 지원한다.
아이오닉5와 CV의 가장 큰 차이점은 디자인이다. 아이오닉5는 국산차 1호 '포니 쿠페'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콘셉트카 '45'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직선적이고 강한 라인을 사용했고 전조등과 후미등도 날카로운 사각 형태를 띈다.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픽셀을 형상화해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관통하는 파나메트릭 픽셀 디자인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CV는 콘셉트카 퓨처론과 이매진 디자인을 공유해 근육질 쿠페 디자인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CV에 기아만의 혁신적인 디자인이 적용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최근 포착된 테스트카에서는 볼륨감이 강조된 보닛과 낮게 위치한 전조등이 확인된다. 이에 따라 기아의 패밀리룩인 '타이거 페이스'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디자인에 따른 실내공간 차이도 관측된다. 해외 유출된 아이오닉5 전장·전폭·전고는 4640·1890·1600mm이며 실내공간을 가늠하는 기준인 축간거리는 3000mm에 달한다. 아반떼 크기 차량이 엔진을 제거하며 앞쪽 오버행(뒷범퍼와 뒷바퀴축 사이)이 줄어든 덕에 그랜저보다 넓은 공간을 갖춘 셈이다. 다만 뒤쪽 오버행이 짧은 해치백 형태를 취해 트렁크 공간은 다소 작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반해 CV는 쿠페 디자인을 채용하며 뒤쪽 오버행이 아이오닉5에 비해 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만큼 아이오닉5와 동등한 수준의 실내 공간을 제공하면서도 트렁크 적재공간에도 여유가 있을 전망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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