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그룹 사태 이후 정체된 중국 IPO…700개 대기 [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입력 2021-01-28 11:08   수정 2021-02-26 00:31


지난해 11월 중국 금융당국이 앤트그룹 상장을 전격 중단시킨 이후 중국증시 상장(IPO) 속도가 현저히 느려져 현재 700여개 기업이 대기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상하이증시 커촹반이 허가제 대신 자격을 갖춘 기업은 누구나 상장할 수 있는 등록제를 시행했지만 실제로는 허가제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27일 현재 중국증시 IPO 대기 기업은 총 716개로 집계됐다. 상하이거래소 주반(主板·메인보드) 73개, 커촹반(科?板·스타마켓) 199개, 선전거래소 주반 49개, 촹예반(??板·차이넥스트) 395개 등이다. 양대 거래소에 IPO를 신청했다가 취소한 기업도 올들어 27일까지 14개에 달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3개에 비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중국 금융당국은 시장 개혁의 일환으로 커촹반과 촹예반에 등록제를 도입했다. 2019년 7월 문을 연 커촹반이 등록제로 시작했고, 이어 지난해 8월에는 촹예반이 등록제로 변경했다. 2019년 커촹반 개설 직전 상장 대기 기업 수는 200여개였다. 기업 상장 속도를 높인다는 취지로 등록제를 도입했지만 실제로는 상장 절차가 더 느려졌다는 분석이다.

커촹반과 촹예반은 손실을 보는 기업도 상장할 수 있도록 예상 시가총액이나 실적, 연구개발(R&D) 투자 등 다양한 기준 중 하나만 충족하면 등록하는 제도를 갖췄다. 또 감독기관이 기업의 자료를 검증하고 투자 가치를 판단하는 허가제 대신 기업이 요건에 맞춘 자료를 제출하면 상장할 수 있는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앤트그룹의 상장을 중단시킨 이후 금융당국은 몇 가지 '보이지 않는' 기준을 추가해 실질적으로 허가제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게 업계이 분석이다. 예컨대 촹예반은 '최근 사업연도에 순이익 5000만위안(약 85억원) 이상을 냈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커촹반 상장심사규칙에는 '신청 내용에 중대한 결함·누락이 있어 투자자의 이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상장 신청인(기업)이 자진해서 상장 신청을 철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지시를 받는 거래소 측에서 요건에 미달한다고 판단한 기업들의 상장 심사를 지연시켜 스스로 포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증권감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IPO 관련 요건을 강화한 바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동시에 투자자 보호와 금융시스템 안정을 강조했다. 시장에선 IPO 심사가 사실상 강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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