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 사우디도 수소에너지 키운다…"제2의 독일 목표" [선한결의 중동은지금]

입력 2021-01-28 11:08   수정 2021-01-28 11:16


중동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독일식 재생에너지 선도국'을 목표로 삼기로 했다. 저유가가 이어지는 와중에 원유 의존도가 높은 경제를 다변화하고 차세대 에너지시장을 대비하겠다는 포석이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장관(사진)은 27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빈 살만 에너지장관은 사우디 최고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이복형이다. 2019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 에너지분야 주요 인사를 자신의 측근으로 대거 교체한 당시부터 에너지장관을 맡고 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에너지장관은 이날 FII 컨퍼런스에서 "사우디는 재생에너지 분야에 있어 '또다른 독일'이 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분야를 사우디가 선도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빈 살만 장관은 이어 "녹색수소(그린수소)·청색수소(블루수소) 프로젝트를 키우기 위해 각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녹색수소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해서 얻는 수소에너지로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기존 세계 수소에너지의 약 50%는 천연가스를 고온·고압에서 분해해 얻는 회색수소(그레이수소)로 탄소배출량이 높은 편이다. 청색수소(블루수소)는 천연가스를 분해한 뒤 나온 탄소를 포집·저장해 탄소배출량을 줄인 수소에너지다.

사우디는 국영 거대기업 사우디 아람코를 통해 청색수소 사업을 벌이고 있다. 자국 기업 ACWA파워인터내셔널과 미국 기업 에어프로덕츠&케미컬을 통해서는 녹색수소 사업을 추진 중이다. 홍해 연안에 조성 중인 거대 신도시 '네옴'에도 녹색수소 생산시설을 들인다.

빈 살만 장관은 사우디가 에너지부문의 절반 가량을 석유가 아니라 가스로 전환하고, 나머지 부분은 대부분 재생에너지 사업이 차지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빈 살만 장관은 이같은 계획이 글로벌 탄소중립(넷제로) 기조 등에 발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기조에 따라 석유 수요가 장기적으로 높아지지 않을 전망인 만큼 사우디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도 말했다.

일각에선 사우디가 정부 보조금을 대거 지급해 재생에너지 분야를 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우디가 에너지전략 목표로 든 독일이 과거 그랬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독일은 날씨가 항상 화창한 편이 아니고, 이때문에 태양광·태양열 등 재생에너지 사업 발전이 쉽지않았다"며 "정부가 엄청난 보조금을 지급해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에너지 생산국 중 하나가 됐다"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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