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실용적 외교 핵심은 '이념·정치와 거리두기'

입력 2021-01-28 17:33   수정 2021-01-29 10:14

미국의 정권 교체, 미국과 중국의 알력으로 인한 신냉전, 북한의 도발 위협 증가….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속에서 유능한 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다. 우리는 험악한 지정학적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외교를 펼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효과적으로 대응할 만한 방안이 있을까.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이 쓴 《한국에 외교가 있는가》는 한국 외교의 실태를 분석하고 국익을 위한 실용적 외교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1993~1994년 외무부 장관, 2003~2005년 주미 대사 등을 지낸 외교 전문가다.

외교는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적 번영을 도모하며, 위신을 선양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를 위해선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다양한 방법을 효과적으로 구사해야 한다. 저자는 특히 ‘실용적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국익을 우선으로 하는 효과적인 외교는 실용적이어야 한다”며 “실용적 외교는 외교가 집권자나 그 그룹의 이념과 감정, 국내 정치적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 외교는 이와 다소 동떨어져 있었다. 저자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2012년 실속 없이 독도를 방문하고 일본 왕의 사죄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일본을 자극해 한·일 관계를 악화시키고 협력을 동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문재인 정부는 주요국의 주재 대사 선정에서 전문성이나 경험보다는 ‘코드’와 정치적·개인적 인연을 중요시해 강대국 외교에 지장을 줬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그는 앞으로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럽과 일본, 호주 등은 동맹 환경의 변화, 미국의 정책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강화하고 있다는 것. 한국도 미국과의 동맹 관리에 신경을 쓰고 약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남북 관계와 한반도의 안보 환경에도 많은 굴곡이 예상된다. 저자는 “늘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러면서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합심하고 인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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