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과도한 규제가 한국 투자 어렵게 만들어"

입력 2021-01-28 17:09   수정 2021-01-29 00:43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사진)이 노동조합의 지속적인 쟁의행위(파업)가 한국에 대한 투자를 어렵게 한다고 작심 비판했다. 크리스토프 부떼 르노삼성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국의 높은 임금과 세금, 과도한 환경 규제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한국산업연합포럼(회장 정만기)이 28일 서울 서초동 자동차회관에서 ‘외투기업이 본 한국의 경영환경 평가 및 제언’을 주제로 연 포럼에서 외투기업 최고경영진은 한국 사업을 확대하기 어려운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카젬 사장은 “한국GM에 대한 투자를 유치하려면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갈등적 노사관계, 짧은 주기의 노사 협상, 불확실한 노동 정책은 수익을 악화시켜 투자를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 평가 결과 한국의 노동시장 부문 순위가 51위에 그쳤다는 보고서를 인용했다.

카젬 사장은 “미국은 노사 협상 주기가 4년인 데 비해 한국은 1년으로 매우 짧다”며 “지속적인 파업도 투자를 어렵게 한다”고 비판했다. 또 파견 근로자 사용의 불확실성이 고정비를 높이고, 유연성을 약화시킨다고 하소연했다.

이는 카젬 사장이 한국GM을 이끌며 직접 겪은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2018년 쇠파이프를 들고 사장실을 점거한 노조에 감금당했다. 지난해엔 협력사에서 근로자를 불법 파견받은 혐의로 출국금지를 당했다. 한국GM은 지난해 노조의 잔업과 특근 거부, 부분파업으로 2만5000대가량의 생산손실까지 입었다.

부떼 CFO는 이어진 발표에서 우선 르노삼성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설명했다. 르노삼성의 지난해 판매량은 11만여 대로, 전년 대비 34.5% 급감했다. 판매량은 물론 생산량까지 16년 만의 최저치다.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까지 받고 있다.

르노삼성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한국의 높은 임금과 세금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부떼 CFO의 지적이다. 그는 르노그룹 내 부산공장과 경쟁 관계인 스페인 바라돌리드공장을 예로 들며 “바라돌리드공장의 시급은 부산공장의 62%에 불과하며, 재산세(지방세)는 3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흐름에 역행해 한국만 법인세가 높아지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각종 환경 규제 역시 전 세계에서 가장 강도가 높다는 게 부떼 CFO의 주장이다. 그는 “르노삼성은 한국을 떠나고 싶지 않다”며 정부에 세제 감면 확대 등을 요청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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