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발’인 시내버스 운영을 놓고 지방자치단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국 7대 도시 시내버스에 투입된 재정보조금이 지난해 사상 최대인 1조6700억원으로, 지자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불어나서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오는 4월 보궐선거와 내년 대통령선거,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 눈치를 살피다 결국 ‘퍼주기’ 식 재정 지원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시장으로 재임하던 2004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준공영제란 민영과 공영을 결합한 형태로, 지자체가 노선·요금 조정 등 관리 권한을 갖는 대신 민간 버스회사에 적정 이윤과 운송비용 부족분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준공영제 도입 이후 교통사고 건수가 64% 줄고, 정류소는 1000개가량 늘어나는 등 시민 편의성과 복지 측면이 강화됐다.
그러나 준공영제에 따른 부작용도 커졌다. 준공영제하에서는 민간회사가 자발적으로 비용 절감 등 경영 효율성을 추구할 유인이 떨어져서다. 서울시가 보전해줘야 할 운송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버스 운전직 인건비는 지난해 1인당 월평균 450만원까지 올랐다.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전체 상용근로자 1인당 월평균 급여(333만원)보다 120만원가량 많다.
버스업계 관계자는 “매년 노조가 파업으로 압박을 한 데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되면서 처우가 크게 개선된 건 사실”이라며 “‘승진의 종착지는 서울시 버스 운전직’ ‘서울시 버스 운전기사가 서울시 공무원보다 되기 어렵다’는 등의 얘기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고 했다.
중소회사들이 난립해 있는 버스업계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준공영제를 도입한 7개 도시의 버스회사 수는 서울시 65곳 등 총 180여 곳에 달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버스업계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대형화에 나서고 지배구조와 경영상태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지자체가 보장해주는 버스회사의 이익률(적정이윤)을 시중금리 추이에 맞춰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표준운송원가에서 운송 수입의 3.61%를 적정이윤으로 산정해놓고 있다. 시중금리와 비교해 높다는 지적이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실장은 “표준운송원가가 적정하게 산정됐는지, 보조금이 전용되지 않고 제대로 집행됐는지 등을 상시 점검하는 관리감독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시내버스 일반요금은 2015년 1050원에서 1200원으로 인상된 뒤 6년째 동결된 상태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버스와 지하철의 기본요금을 200원씩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서울시의회와의 협의 등에서 진척이 없다. 결국 작년 말 열 계획이던 대중교통 요금 조정을 위한 공청회도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와 부산시는 정치인 출신 시장이 아닌, 권한대행 체제여서 대중교통 요금 구조를 바꿀 적기”라고 말한다. 이신해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장은 “재정 한계치에 와서야 일회성으로 요금을 올리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며 “영국 런던, 홍콩 등과 같이 물가 상승률, 인건비 등에 대중교통 요금을 연동해 정기적으로 인상 또는 인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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