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재원도, 보상기준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던진 정책의 허술함을 인식하고 뒤늦게 속도 조절에 나선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내일 입법하고 모레 지급하는 식은 안 된다”는 기획재정부의 당연한 이의제기를 ‘개혁 저항’이라며 격하게 비난한 게 불과 며칠 전 일이다. ‘발권력 동원’ ‘부가가치세 증세’ 등 어마어마한 발언으로 혼란을 키우더니 갑작스레 방향을 돌린 것은 누가 봐도 무책임해 보인다.
자영업 손실보상법이 빗나가자 역대 최대 규모의 4차 재난지원금 카드를 들고나온 점도 영 미덥지 못하다. 이르면 3월 초, 늦어도 4월 초에는 지급하겠다지만 이 역시 급조한 땜질 정책 냄새가 물씬 풍긴다. ‘초슈퍼’ 본예산과 9조3000억원의 막대한 3차 재난지원금이 연초부터 집행되기 시작한 상황에서 4차 재난지원금을 거론한 것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임을 자백하고 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4차 재난지원금을 말하기에는 정말 너무나 이른 시기”라고 한 대통령의 발언은 불과 10일 만에 허언이 되고 말았다.
집합금지 영업제한이라는 강제조치로 피해를 본 구성원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고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들의 곤궁한 입장을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얻는 데 초점을 맞추는 행태는 곤란하다. 대통령 말을 뒤집으면서까지 좌충우돌하는 것은 선거 승리를 위한 선심성 돈풀기를 의식해서 일 것이다. 여당은 내놓은 대책마다 ‘4월 보궐선거 전 지급’을 강조하고 있다. 하도 반복되다 보니 익숙해질 지경이지만 이런 태도야말로 ‘금권 선거’를 노린다는 속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매표 행위’라는 비난에도 14조원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밀어붙여 압도적 과반 의석을 차지했던 작년 4·15 선거의 성공 기억부터 버려야 할 것이다.
선거용 돈풀기는 반세기 전 권위주의 정권시절의 ‘고무신 선거’ ‘치약 선거’보다 더 타락한 형태다. ‘아님 말고’ 식 정책과 그 후유증을 피 같은 혈세로 덮는 땜질식 행태부터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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