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외에도 15억원 이상에 거래된 아파트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지방에서도 15억을 넘는 거래들이 늘어났다.
15억 아파트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담보대출이 나오지 않다보니 고가아파트의 기준으로 여겨진다. 현금으로 아파트를 매입해야 하는 제약도 있어서 부자들의 부동산 거래 동향을 알 수 있는 척도로도 볼 수 있다.
29일 디스코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15억원을 초과해 거래된 아파트는 모두 9307건으로 나타났다. 재작년 거래량이 8391건임을 감안하면 약 10% 증가한 수치이다. 서울 내 거래량은 7917건에서 7869건으로 0.6% 감소한 반면,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거래가 증가했다.
서울을 제외하면 15억 원 초과 아파트 거래건수는 2019년 474건에서 2020년 1438건으로 203% 상승했다. 경기도는 2019년 15억 원 초과 아파트 거래량이 361건에서 작년 881건으로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거래건수를 기록했다. 이는 144% 상승한 수치다. 인천은 2019년 9건에서 24건으로 거래량이 늘었다.
비수도권에서의 15억 원 초과 아파트 거래건수는 104건에서 533건으로 412% 증가했다. 이들 아파트는 대부분 부산과 대구에 있었다. 부산의 15억 원 초과 아파트는 2019년 48건에서 작년 380건이 거래돼 691% 증가율을 나타냈다. 비율로는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구는 2019년 52건에서 작년 115건으로 121% 상승했다.
15억 원은 초고가 아파트를 분류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정부는 2019년 12·16 대책을 통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에서 15억원이 넘는 주택엔 주택담보대출(LTV)을 전면 금지했다. 이는 강남 3구 아파트 가격을 잡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서울 시내 15억 원 초과 아파트 거래량이 줄지 않았고, 풍성효과로 인해 경기도에서 15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나게 됐다.
거래된 대표적인 사례로 <e편한세상광교아파트>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e편한세상 광교'가 있다. 이 단지의 전용면적 120.75㎡형은 2019년도에는 22건의 매물이 10억~13억원 선에서 시세가 형성되어 거래됐다. 지난해 매매 실거래가가 상승하더니, 6월에는 15억원에 거래됐다. 이후 7월부터 실거래가는 15억원을 넘겨 12월까지 거래된 7건의 거래가 15억~17억원대였다.
지방에서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 아이파크' 전용면적 168.6㎡형을 봐도 그렇다. 2019년도에는 매매 실거래가가 10억~12억원 사이에 신고됐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매매 실거래가가 꾸준히 상승했지만, 15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다가 작년 8월에 15억4000만원으로 신고가를 찍더니 이후부터는 15억 원보다 높은 금액에 거래됐다. 10월에는 16억8500만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지난해 급등세를 나타냈다.
김태훈 디스코 부동산연구원은 "아파트값 상승세가 전국으로 번진데다 전세난에 의한 매매 수요 증가 등으로 수도권 및 주요 도시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초고가 아파트가 등장했다"며 "서울 전역과 경기도 대부분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했지만, 대구나 부산이 규제지역으로 묶이기 전에는 15억원 초과하는 아파트에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한 점이 초고가 아파트를 증가하게 만든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도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초고가 아파트 선호 성향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작년 말부터 부동산 수요가 지방에서 다시 서울로 회귀하는 경향인데다 재건축 기준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서울시 내 15억 원 초과 아파트 거래량이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e편한세상광교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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