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한 판이 6000원을 넘었어. 지난해보다 두 배 비싸. 전세금도 많이 올라 집을 옮기기 어렵고, 주식투자를 해서 돈을 벌어볼까 들여다보면 주가도 너무 올랐고….”
고교생 서원이는 방에서 공부하다 부엌에서 푸념하는 어머니의 혼잣말을 듣게 됐다. 서원이 어머니의 푸념대로 지난 17일 현재 달걀 가격은 한 달 전에 비해 40~50%(산지 가격 기준) 올랐고 겨울 한파의 영향으로 배추(35% 상승), 무(34%), 고추(90%) 등 가격도 한 달 새 크게 상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지만 일부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최근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경기가 위축되면서 전반적인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났는데, 올해 들어서는 반대로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으로 경제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대규모 재정지출을 단행한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해 10월까지 4조달러의 재정지출을 단행했는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준이다. 일본(2조4000억달러, GDP 대비 48.9%), 독일(1조5000억달러, 39.1%), 영국(7000억달러 25.8%) 등도 코로나19 대응으로 재정지출을 늘렸다. 이에 따라 시중에 돈이 넘쳐나면서 물가가 오르고 화폐가치는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부동산과 주식,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등의 가격이 너무 올라 거품이 끼었다는 ‘버블론’도 제기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미국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안전자산으로 부각돼 올해 초 1단위(BTC)당 4만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화폐가치가 하락하면서 이들 자산의 값이 올랐지만 폭락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3.0%로 전망하면서도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당분간 0%대 중후반 수준에 머물다 점차 1%대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대응으로 대략 2234억달러(GDP 대비 13.8%)의 재정지출이 이뤄진 한국은 백신 접종뿐 아니라 고용·소비 회복도 더딜 가능성이 높아 인플레 압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무엇이고 역사적으로 어땠는지 4, 5면에서 알아보자.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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