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자동차기업 제너럴모터스(GM)가 전기차기업으로 탈바꿈한다. 2035년 이후부터는 전기차만 생산해 차량 배기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일 계획이다. 미국 주요 자동차기업이 구체적인 시기까지 정해 전기차 사업으로 전환을 발표한 최초 사례다.
이번 GM의 발표는 지난주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방침에 발을 맞추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25일 기후변화에 맞서야 한다며 정부 자동차와 트럭 등 연방 소유 차량 64만5000대를 전기차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전기차 충전소 확대, 전기자동차 세액공제 개정·확대, 가스전기자동차 연비기준 강화 등도 약속했다.
바라 CEO는 “GM이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생산·판매하는 자동차를 모두 ‘배기가스 무배출’차량으로 바꾸는게 필수”라며 “현재 GM의 총 탄소 배출량 중 75%가 판매 차량의 배기가스 배출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GM 주력인 대형 픽업트럭과 SUV 등은 연료 효율이 낮은 편이고 탄소배출량이 많다. 시장정보업체 워즈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GM 차량의 평균 연비는 1리터당 10.29㎞ 가량으로 18개 주요 자동차기업 중 14위에 그쳤다.
GM은 전기차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2025년까지 신형 전기차 최소 30종을 출시하는게 목표다. 뷰익, 캐딜락, 쉐보레, 콜벳 등 각 브랜드를 통해 전기차를 선보인다. 2025년 말엔 미국 시장에 내놓는 자동차의 약 40%를 전기차로 채울 계획이다.
이날 바라 CEO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목표도 기존보다 5년 앞당긴다고 발표했다. 2030년부터는 미국 내 생산시설을, 2035년부터는 전세계 모든 GM 시설을 재생에너지로만 가동할 방침이다.
자동차 산업 비영리 연구기관 오토모티브리서치의 크리스틴 지체크 부소장은 “단일 공장 시설을 내연자동차에서 전기차 생산시설로 바꾸는 데만도 수십억달러가 든다”며 “이같은 전환을 2035년까지 완료하겠다는 것은 공격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GM이 전기차업체로 전환해 살아남기 위해선 극복해야할 난관이 여럿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자동차 수요가 높은 미국 중서부와 남부에 전기차 충전시설이 부족한게 문제다. 휘발유·디젤차보다 전기차 가격이 비싸다는 점도 사업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수요자들이 다른 기업의 내연자동차를 선택하기 쉽다.
GM은 자사 전기차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대거 늘리고 있다. 작년부터 5년간 전기차와 관련 제품 R&D에 270억달러를 투입한다. 이를 통해 배터리 가격을 60%까지 낮추고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는게 목표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한다. GM은 한국 배터리제조기업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오하이오주에 23억달러 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
바라 CEO는 “GM이 자체 개발한 울티움 전기배터리 기술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울티움 플랫폼을 확장해 전기차 충전 범위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인센티브 등 각종 지원도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WSJ는 “이번 발표로 자동차업계의 전기차 전환이 기존 예상보다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BC캐피털은 “GM의 목표치를 반영하면 2035년까지 세계 전기차 보급률이 43%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배리 레이브 미국 미시건대 공공정책학과 교수는 "자동차 기업들은 향후 규제 당하거나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버릴 수 있는 구식 차량을 생산하는 마지막 주자가 될 것인지, 사업을 바꿀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GM의 발표 이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GM 주가는 3.38% 상승했다. 조셉 스팩 RBC캐피털 애널리스트는 "이번 발표는 GM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테마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