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뎬창업원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북서부 중관춘 중심에 있는 국가급 창업원(창업보육센터)이다. 1989년 설립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창업원 중 하나로 현재까지 2000여 개 기업을 배출했다. 지난해에는 400여 개 기업이 탄생했다.
하이뎬창업원은 하이뎬구에서 운영하는 시설이지만 국가 인증을 받아 중앙정부와 베이징시정부로부터 예산을 받고 있다. 국가급 창업원에는 대기업과 벤처캐피털(VC)도 많이 찾아온다. 하이뎬창업원 소속 기업 50곳이 지난해 20억위안(약 3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런 국가급 창업원이 중국에 몇 개 있을까. 중국 과학기술부가 지난해 10월 펴낸 ‘중국창업발전보고 2020’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국가급 창업원이 전국에 1181개 있다. 정부에 등록된 전체 창업원 수는 1만3206개에 달한다. 한국의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된 창업보육센터는 29일 기준 254개다.
중국의 창업원은 2015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저성장 타개 전략으로 ‘대중창업, 만중혁신’을 내건 해다. 2014년 말 1500여 개였던 창업원은 2017년 말 4069개로 증가했다. 당시 중국 언론들은 “전 세계 창업보육센터의 절반이 중국에 있다”고 보도했다. 2년 만에 다시 창업원 수가 세 배 늘자 “나머지 국가를 모두 합한 것보다 중국의 창업원이 더 많다”는 말까지 나온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지만 여전히 인구에 비해 일자리가 적다. 공식 통계인 도시 실업률은 5%를 유지하고 있으나 농민공(호적이 농촌에 남아있는 도시 일용직 노동자)까지 합하면 10%를 훌쩍 넘는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떨어지는 경제성장률을 뒷받침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적 아래 나온 정책이 창업 지원이다. 창업을 지방 공무원의 성과 평가 항목으로 넣으면서 지방정부들이 경쟁적으로 창업원을 열고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에선 지금도 장이밍(바이트댄스 창업자), 청웨이(디디추싱) 등 30대 거부들이 속속 등장한다. 이들의 성공을 지켜본 중국 젊은이들은 정부가 마련해 준 창업 터전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중국의 하루 평균 신생 기업 수는 2017년 1만6600개에서 2019년 2만 개, 지난해 2만2000개로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창업이 더 늘어난 것이다.
창업원에서 탄생한 기업은 정부의 기대대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전국 창업원 입주 기업이 대학생 49만 명을 포함해 총 450만3000명을 새로 고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이제 ‘창업대국’으로 불리는 게 당연할 정도로 그 위상이 높아졌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전 세계 436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중 107개가 중국에서 탄생했다. 미국(214개)에 이어 2위다.
그렇다고 중국의 창업원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특별한 건 아니다. 사무실과 각종 컨설팅을 무료로 제공하고, 선배 창업가나 투자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해 주는 건 여느 창업 지원 기관과 비슷하다. 다른 게 있다면 중국 정부의 일관된 창업 정책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지원하는 중국의 창업 시스템이 성과를 내는 핵심 이유로 꼽힌다.
한국은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전략을 중국보다 먼저 시작했다. 청년실업 문제가 본격 대두된 2009년부터 정부 중점 추진 과제에서 빠지지 않는 게 창업이다.
하지만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어김없이 이전 정부의 창업 정책이 수정되거나 폐기되는 일이 반복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수시로 변하는 한국의 창업 정책과 임기 내 성과를 내려는 조급증을 실패 원인으로 지목한다.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창조경제나 혁신성장 등으로 겉치레를 바꾸는 광경은 이제 그만 봤으면 한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 지역의 창업원(창업지원센터)부터 시범적으로 외국인 창업가를 받고 있다. 중관춘 내 국가급 창업원 중 하나인 하이뎬창업원에는 현재 37개의 외국인 창업 기업이 입주해 있다. 한국인 중국 유학생 출신 김준범 대표가 창업한 베이징한반도테크도 하이뎬창업원에서 탄생한 외국인 기업 중 하나다. 왕훙(인터넷 스타)을 활용한 전자상거래 마케팅을 주요 업무로 하는 기업이다. 김 대표는 “중국에서 외국인이 창업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인 비자와 주소지 문제를 쉽게 해결해 주는 것만 해도 기업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바이위 하이뎬창업원 기업발전부 이사는 “중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외국인을 다르게 대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 정책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관춘에는 지난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중관춘해외인재창업원도 들어섰다. 중관춘 창업원은 입주 외국인을 위해 비자 신청 대행 서비스도 제공한다.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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