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도 넘었다…서울 25개 구 모두 10억원 시대

입력 2021-01-31 17:11   수정 2021-02-01 00:42

서울 도봉구에서 처음으로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넘어서는 아파트가 나왔다. 도봉구를 마지막으로 서울 25개 모든 구에서 전용 84㎡ 10억원 시대가 열렸다. 집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으면서 더 늦기 전에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도봉구 창동 주공19단지(창동 리버타운) 전용 84㎡가 지난 1월 22일 10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12월 9억500만원에 거래된 뒤 1억4500만원 올랐다. 이 단지는 작년 12월 말 전용 99㎡가 10억7000만원에 거래돼 10억원 클럽 가입 기대를 키웠다.

재건축 정비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집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게 일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창동 주공19단지는 지난달 재건축 예비안전진단 신청서를 낸 게 호재로 작용했다. 총 7개 단지(1만778가구)로 구성된 창동 주공 내 첫 사례다. 창동 주공18단지와 17단지도 안전진단을 추진 중이다. 재건축을 하면 노후 아파트가 새 아파트로 바뀌게 돼 가치가 올라가게 된다. 도봉구 대장아파트로 꼽힌 창동 ‘동아청솔’ 전용 84㎡도 지난해 12월 19일 10억원에 근접한 9억990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도봉구는 서울에서 아파트 가격이 저렴한 지역으로 꼽힌다. KB리브온에 따르면 도봉구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 기준 3.3㎡당 1973만원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2000만원 미만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지난해 중랑구(6월)와 노원구(6월), 강북구(7월)가 전용 84㎡ 10억원 클럽에 가입한 데 이어 도봉구까지 10억원 거래가 터졌다.

노원구에선 사상 처음으로 아파트 실거래가가 대출 금지선인 15억원을 넘긴 사례가 나왔다. 지난해 12월 중계동 ‘청구·라이프·신동아’ 전용 115㎡가 15억7000만원 신고가에 거래됐다. 한 달 전 최고가(13억4500만원)에 비해 2억2500만원 올랐다. 대출이 전혀 되지 않는데도 거래가 되는 것은 그만큼 실수요가 탄탄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동북선 등 교통 호재와 탄탄한 학군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전셋값 상승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매매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 아파트로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 강남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인기 주거지역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지방으로 번진 풍선효과가 심화되면서 수요자들이 서울로 돌아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서울 외곽지역의 경우 전세난에 따른 매수 전환 수요까지 받치고 있어 가격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더 가파른 편”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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