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앗, 코로나19다 !

입력 2021-01-31 18:31   수정 2021-02-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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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해 평상시와 같이 업무를 시작했다. 오전 미팅 후 손님 배웅차 사무실 문을 나섰을 때 직원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직원 한 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사내 방역 담당 임원은 즉시 대응 매뉴얼에 따라 해당 직원과 밀접 접촉한 사람들의 동선을 파악했다. 그리고 건물 내 모든 직원들에게 관할 보건소에서 진단검사를 받은 후 귀가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토록 했다.

급박히 돌아가는 회사 분위기에 당황한 것도 잠시. 전날 확진받은 직원과 같은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한 기억이 떠올랐다. 가족들과 만났던 사람들에게 연락해 진단검사를 받도록 했다.

오후에 있던 출장 계획을 취소하고 다음 날 아침까지 결과를 기다리며 자가격리를 이어갔다. 아침 업무가 시작될 무렵 휴대폰이 울렸다. 음성이란다. 다행히 나와 가족 모두 음성이었다. 회사 임직원들의 결과는 당일 오후 즈음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2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나왔다. 즉시 방역 지침에 따라 밀접 접촉한 직원들은 2주간 자가격리, 나머지 직원들은 전원 재택근무하고 1주일 후 다시 음성 판정을 받은 직원들만 출근하도록 했다. 순식간에 변해버린 일상생활과 텅 빈 사무실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그동안 남의 일로만 생각했던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바로 내가 있는 공간에서 발생한 것이다.

순식간에 내 평범한 일상이 마비되는 경험을 하게 됐다. 집에서 자가격리를 계속하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리 급박한 상황임에도 방역 담당 부서에서 철저한 사전 대책을 마련해 뒀기 때문에 일사불란하고 신속히 대처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몇 해 전 내가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발생했던 안타까운 사고가 떠올랐다. 작업자가 로봇이 작업하는 공간에 접근하기 위해 안전망을 넘어갔다가 사망 사고를 당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당시 현장에는 로봇으로만 운영되는 제조 라인이 마련돼 있었고, 해당 라인은 안전사고 발생 우려 때문에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안전망이 확실하게 설치돼 있었다. 설비 라인에 접근하려면 사무실에 가서 안전 담당자의 허락을 받고 열쇠를 받아 안전망을 열고 접근하도록 돼 있었다. 그런데 한 직원이 이런 통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안전망을 넘어 들어갔던 것이었다.

사고 후 해당 사업장의 안전교육과 조치 현황 등을 점검했으나 특별한 문제점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더욱 철저하게 안전 시스템을 정비하고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도록 했다.

코로나19라는 생물학적 재해뿐만 아니라, 우리 사업장에는 부지불식간에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자연재해 등 많은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경험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 힘으로 막아내거나 시스템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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