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게임스톱發 마진콜…韓증시 쓰나미 오나

입력 2021-01-31 17:12   수정 2021-02-01 00:46

주식투자 역사상 개인을 상대로 ‘불패’ 신화를 이어가던 헤지펀드가 게임스톱에서 비롯된 공매도 전쟁에서 참패하는 대이변이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증권당국마저 개인투자자 보호에 나서고 있어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 이후 한동안 잊혀진 ‘헤지펀드 위기설’이 다시 나돌고 있다.

헤지펀드란 1949년 미국인 앨프리드 존스가 처음 만든 일종의 사모펀드다. 대체로 100명 미만의 소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파트너십을 결성하며 카리브해와 같은 조세회피지역을 무대로 활동한다. 헤지펀드는 나름대로 순기능이 있으나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과정에서 국제금융시장을 교란하는 역기능을 낳기도 한다.

헤지펀드가 활동 거점으로 삼는 조세회피지역은 법인 이윤과 개인 소득에 대한 과세가 전혀 없거나 아주 낮은 세금을 부과하는 지역을 말한다. 면세 대상과 정도에 따라 △조세천국지역 △조세은신지역 △조세특혜지역으로 구분된다. 금융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온라인과 모바일상으로 이동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헤지펀드의 성격도 바뀌고 있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전통적인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부진하자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무서운 것은 ‘주주가치 극대화’ 등의 명분을 내걸고 울프팩 전략으로 투자기업을 고사시키고 공매도, 콜옵션 등을 일삼는다는 점이다.

헤지펀드 자문업체인 헤네시그룹에 따르면 게임스톱 등을 놓고 벌인 개인과의 공매도 전쟁에서 헤지펀드가 패배하면서 발생한 손실액은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이번 공매도 전쟁의 주역이었던 멜빈캐피털, 시트론리서치 등은 투자원금까지 줄어드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헤지펀드가 투자원금까지 손실 보는 상황에 직면하면 ‘마진콜’을 당한다. 같은 이름의 영화로 우리에게 ‘도덕적 해이의 극치’ 정도로만 알려진 마진콜은 각종 펀드가 수익률 하락으로 증거금에 일정 수준 이상 부족분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보전하라는 요구로, 응하지 않으면 펀드런에 직면한다.

헤지펀드가 고객과의 신뢰 유지를 생명처럼 여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헤지펀드와 금융회사의 개인 고객 비중이 높은 최근과 같은 상황일수록 더 그렇다. 이 때문에 펀드매니저는 △투자이익 극대화 △비용 최소화 △위험 민감화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만약 투자 실적을 내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당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마진콜 상황이 발생하면 헤지펀드는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응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디레버리지로 연결되거나 상황이 긴박할 때에는 중앙은행이 나서 긴급 유동성을 지원한다.

디레버리지란 마진콜을 당했을 때 헤지펀드가 증거금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기존에 투자해 놓은 자산을 회수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번 사태처럼 금리가 오르거나 중국 인민은행의 테이퍼링(유동성 회수)과 맞물릴 경우 신용경색 우려가 급부상하면서 낙관론이 팽배했던 증시에 비관론이 순식간에 덮치게 된다.

특히 한국과 같은 신흥국에 투자한 자금을 우선적으로 회수 대상으로 택한다. 이 때문에 신흥국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라 통화 가치와 주가가 폭락하게 된다. 헤지펀드 위기설이 나돌 때마다 선진국에서는 영향이 크지 않다가 신흥국에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는 ‘나비 효과’가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공매도 전쟁으로 한국에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특정 국가에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부터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진단지표가, 최근에는 금융시스템의 완충능력을 알 수 있는 금융스트레스 지수가 활용된다.

두 지표로 한국을 진단해보면 이번 헤지펀드 위기설이 나돌기 시작한 이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주가가 급락하고 있으나 중장기 투자자금의 회수로 악화돼 위기로 치달을 확률은 낮게 나온다. 하지만 자산 인플레이션 정도가 심한 가운데 유입 외자의 건전도가 약화되고 금융스트레스 지수가 오르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결국 최근 ‘공매도 전쟁발 헤지펀드 위기설’은 실제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앞으로도 계속 대두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리도 조기경보체계 가동, 증권사 증거금 추가 확보 등 다양한 각도에서 대책을 마련해놔야 한다.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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