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을 준거법(governing law)의 문제라고 한다. 미국의 상속법과 한국의 상속법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준거법이 어디냐의 문제는 상속인들 간 이해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예컨대 미국 대다수의 주에서는 유류분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반면 한국에는 유류분제도가 있다. 따라서 만약 사망한 미국 시민권자가 한국에 있는 부동산을 자녀 중 한 사람에게 모두 유증한다는 유언을 남겼다면, 유증을 받지 못한 상속인 입장에서는 한국법이 적용되어야만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있게 된다.
국제사법에 따르면 상속의 준거법은 사망 당시 피상속인(망자)의 본국법을 따르도록 돼 있다. 이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미국법에 따라 상속이 이뤄지게 된다.
그런데 이처럼 외국법이 준거법으로 지정된 경우, 그 외국의 법에 의해 대한민국 법이 적용돼야 할 때에는 대한민국 법에 따라야 한다(국제사법 제9조 제1항). 이것을 ‘반정’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미국 국제사법의 일반원칙에 해당하는 ‘Restatement(second) of Conflict of Laws’에 따르면, 유언이 없는 부동산 상속에 관해 토지의 소재지법을 따르도록 하고 있고(제236조), 유언에 의한 부동산의 처분도 토지의 소재지 법이 적용된다고 하고 있다(제239조). 리스테이트먼트는 주법이 아니라 미국법률가협회가 발행하는 모델법전이라서 그 자체로 법적 구속력을 갖진 않는다. 그러나 매우 강한 권위가 있어 사실상의 구속력을 가진다고 본다. 각 주에서도 리스테이트먼트에 기초해 주법을 만들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 시민권자가 한국에 부동산을 남긴 채 사망한 경우 그 부동산에 관한 상속에 대해서는 부동산 소재지인 대한민국 법이 적용된다. 따라서 유증을 받지 못한 상속인은 한국법에 따라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참고로 준거법과 국제재판관할의 문제는 다른 것이다. 준거법은 위에서 본 것처럼 어느 나라의 법을 적용할 것이냐의 문제이고, 국제재판관할은 어느 나라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것이냐의 문제이다.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으면서도 미국법이 적용될 수 있다.
■ 김상훈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법학박사)
△고려대 법과대학 졸업
△고려대 법학석사(친족상속법 전공)
△고려대 법학박사(친족상속법 전공)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로스쿨 졸업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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