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2회만 뽑던 현대차, 지난해 300번이나 채용공고

입력 2021-02-01 17:20   수정 2021-02-09 18:21

10대 그룹의 인사팀장인 A전무는 매년 신입사원 정기 공개채용이 끝나면 현업 부서에서 항의성 불만을 듣곤 한다. 부서에 배치된 신입사원이 얼마 지나지 않아 업무 부적응으로 퇴사했다는 얘기다.

A전무는 “신입사원이 나갔으니 충원해주면 좋겠다고 하는데 내심 ‘어떻게 이런 사람을 뽑아서 보냈느냐’고 질책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지원자들의 볼멘소리도 여러 경로로 들어온다. 배치된 부서의 일이 예상과 크게 다르다는 불만이다.

대규모 정기 공채 제도가 낳은 부작용이다. 기업과 신입사원들이 느끼는 만족도가 크지 않다. 취업준비생은 기업들이 수시채용으로 빠르게 전환하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대규모 공채라는 제도는 한국과 일본에만 잔존한다며 “진작에 폐지됐어야 한다”고 말한다. 수만 명의 지원자를 단계별로 떨어뜨리기 위한 기존의 대규모 정기 공채는 효용이 다했다는 이유에서다.

비용 대비 효용 때문만은 아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정기 공채로는 더 이상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경영환경이 수시로 바뀌면서 기업에 필요한 인재도 그때그때 달라지는데, 1년에 한두 번 진행하는 정기 공채로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조차 버겁다는 얘기다.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필요할 때마다 최적의 인재를 뽑아야 하는데, 정기 공채를 기다렸다가는 우수한 인재들을 다른 회사에 다 빼앗기게 된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선제적으로 채용제도를 바꾼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19년 국내 주요 그룹 중 가장 먼저 정기 공채를 없애고 상시채용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현대차가 낸 채용 공고는 300건에 육박했다. 사업영역이 내연기관차부터 전기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봇, 수소연료전지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도 상시채용을 전면 도입한 배경이다.

수시채용은 신입사원 교육에 드는 비용 역시 크게 줄여준다는 게 기업들의 얘기다. 대규모 공채에서 선발한 인력을 각 부서에서 쓸 만한 인재로 키우려면 3~5년이 걸린다. 그런데 이 중 20~30%는 이 기간에 퇴사한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은 “돈 들여 인재를 키워놓으면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기는 일이 반복됐던 게 사실”이라며 “수시채용은 뽑을 때부터 해당 부서에 필요한 인재상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지원자도 하게 게 될 일을 알고 들어오는 만큼 시행착오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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