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리드(31·미국·사진)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가장 인기 없는 챔피언이다. 속임수 플레이를 수차례 범한 그에겐 ‘필드 위의 악동’이라는 악명까지 붙었다. 하지만 리드는 압도적인 골프 실력을 앞세워 상황을 반전시켰다. 2014년 미국·유럽 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유럽 선수를 제압하며 팀에 승리를 안기자 비판에 앞장섰던 언론들도 ‘캡틴 아메리카’라며 태세를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아’ 리드가 또 한 번 자신만의 방식으로 논란을 잠재우며 우승컵을 들었다.
이날 공동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리드는 기복 없는 플레이로 경쟁자들을 압박했다. 승부처는 6번홀(파5). 3번 우드로 친 세컨드 샷이 그린에 올라갔고, 리드는 14m 거리의 이글 퍼트를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이때부터 리더보드 상단을 장악한 그는 경쟁자들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리드는 경기 후 “6번홀에서 이글을 잡은 뒤 우승을 직감했다”며 “코스가 까다로워 실수를 줄이자는 전략이 통했다”고 말했다.
전날 규칙 위반으로 구설에 올랐던 리드가 흔들리지 않자 급해진 건 경쟁자들이었다. 13번홀까지 1타 차로 따라붙었던 빅토르 호블란(23·노르웨이)은 14번홀, 15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리드는 마지막 18번홀(파5) 버디를 잡으며 우승을 자축했다. 리드는 “지난해 US오픈 뒤 코치를 바꾸고 스윙을 교정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리드가 속임수 골프를 쳤다는 비판은 이어졌다. 그는 대학 시절에도 이른바 ‘알까기’ 부정행위 논란에 휩싸였고, 2019년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는 웨이스트 에어리어(주로 모래로 채워져 있으나 벙커가 아니라 일반구역으로 규정된 지역)에서 연습 스윙을 하면서 공 뒤 모래를 움직여 2벌타를 받는 등 규정과 관련한 논란이 여러 차례 있었다. 리드는 “전혀 문제없는 플레이였다”며 “골프장 안에서는 게임에 집중하기 때문에 밖에서 나를 비판한다고 하더라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로리 매킬로이(31·북아일랜드)도 전날 같은 행동을 했는데 나만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항변했다.
한국 선수들은 부진했다. 임성재(23)는 최종 합계 3언더파 285타로 공동 32위, 최경주(51)는 4오버파 292타로 공동 69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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