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계란파동에서 배워야 할 교훈

입력 2021-02-01 17:45   수정 2021-02-0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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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미국까지 가서 제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우리 점포에 들여오기 어렵습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값이 폭등하자 정부가 미국산 흰계란 60t을 긴급 수입해 시장에 풀었지만 시장 반응이 싸늘하다. 대형마트도, 새벽배송 업체들도 모두 취급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대형마트 상품기획자(MD)에게 왜 그러느냐고 물어봤다. 답은 간단했다. “소비자들이 믿고 살 수 있게 하려면 우리가 확신을 가져야 하는데 어디서 어떻게 생산된 제품인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가격도 문제다. 해외에서 들여오다 보니 생각보다 싸지 않다. 낙찰가격(5448원)에다 유통마진까지 붙이면 시중 판매가격은 6000원을 넘는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계란 가격 안정대책은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가격이 더 오르고 있다.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30구짜리 특란 한 판 소비자가격은 7350원으로 1주일 전(6560원)보다 12% 올랐다. 일부 전통시장에선 8000원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정부 대책이 헛발질로 끝난 데는 논리적으로 앞뒤가 안 맞는 이유도 있다. 정부는 계란 수입으로 공급을 늘리면서도 공급 부족을 부추기는 할인행사를 함께 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3일까지 계란 구매 시 20% 할인(1만원 한도)해주는 행사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할인 쿠폰을 주다 보니 이 기회에 사겠다고 손님이 몰려드는 바람에 오히려 공급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땜질식 공급 확대 대책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1일 계란 19t을 추가 수입해 경매 과정을 건너뛰고 판당 고정가격 4450원에 팔겠다고 발표했다. 또 농협 창고에 비축된 180만 구의 국내산 계란을 추가로 풀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신선함이 떨어져 대형 유통업체들로부터 환영받을지 미지수다.

시장 전문가들은 “문제가 생기면 허겁지겁 땜질식으로 내놓는 대책으론 한계가 있다”며 “농산물뿐 아니라 축산물, 어산물까지 수요와 공급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지난해 4월 한국경제신문사가 내놓은 ‘팜에어한경’ 서비스 같은 것이다. 팜에어한경은 배추 고추 등 22개 대표 농산물의 실시간 거래 정보와 향후 수요·공급 및 가격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상반기 축산물, 어산물까지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금같은 땜질식 정부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팜에어한경 같은 첨단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아니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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