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군다나 정부는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10~20%의 분양가 인하를 장담했지만, 실제로는 공시지가 상승으로 분양가가 올라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에서는 공공택지 분양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원성은 더 커지고 있다.
불안한 마음에 뒤늦게 청약을 알아보니 현재 자금사정으로 가능한 곳은 양주 정도였다. 주변에 조언을 구하니 의견은 갈렸다. 12년의 무주택기간이 아깝다면서 '3기 신도시'를 권유하는 의견도 있었고, 양주는 GTX(수도권 광역철도) 호재가 있으니 일단은 청약을 받아놓는게 좋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는 "양주 아파트 분양가가 4억원 정도니 자금사정이 가능하다"면서도 "또 다시 외곽으로 밀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슬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기 신도시의 분양가를 알 수 없는데 마냥 기다릴 수 만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2.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살고 있는 이씨는 "정부 믿고 기다리다가 X됐다"는 말을 달고 산다. 이씨 가족은 둔촌주공 혹은 고덕강일 공공택지 등을 고려하고 있었다. 분양가 상한제 내지 낮은 분양가에 내 집 마련을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몇년 전부터 강동구 일대에 새 아파트들이 입주하면서 '싼 물건이 나왔다'는 중개사들의 전화에도 꿈쩍을 않던 그였지만 얼마전 고덕강일 제일풍경채의 분양가를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음에도 전용 84㎡는 8억원, 101㎡은 9억7000만원 이상으로 공급될 수 있다는 추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둔촌주공도 마찬가지다. 분양가가 3.3㎡당 3700만원 이상을 넘게 되면 전용 59㎡의 경우에도 9억원을 넘기게 된다. 이 씨는 "청와대 청원에도 나와 비슷한 사정이 있는 것 같아서 '동의'를 표시했다"며 "정부가 땅 장사하면서 집값을 올릴 줄을 몰랐다. 와이프랑 애들한테 미안하고 1~2개동 짜리라도 집을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 아파트의 3.3㎡당 매매가와 분양가의 차이가 작년에 역대 최대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1692만원이었고, 분양가는 1398만원으로 차이는 294만원에 이르렀다. 2019년(55만원) 대비 5.3배로 증가한 것으로 이전 최대치였던 2006년(176만원)보다도 1.7배나 많았다.
지난해 17개 시도별로 3.3㎡당 아파트 매매 가격이 분양 가격보다 높은 곳은 서울(922만원), 경기(97만원), 세종(799만원) 등 세 곳이었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 유난히 집값이 올랐던 곳이다. 분양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통제로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반면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다보니 차이는 더 벌어지고 있다.
갈수록 차이가 벌어지니 무주택자들은 방법이 없다. 무주택자들은 청약만을 기다리다가 높은 분양가에 놀라, 뒤늦게 구축 집이라도 알아보지만 이미 집값은 오른 후이기 때문이다. 무주택자들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무주택자다'라고 조소하는 이유다. 현실적으로 '대출 사다리' 없이 무주택을 벗어나기는 어렵지만 정부는 대출규제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무주택자들에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완화해주자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집값 상승 우려로 대출규제 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지난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위해 대출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취재진 질문에 "대통령이 마치 지침을 내리는 듯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비규제지역에선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이 70%인 반면, 조정대상지역은 9억원 이하 주택 기준 50%로 낮아진다. 투기과열지구에선 40%로 더 낮아진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으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입주 시점에 해당 주택의 시세가 15억원을 넘을 경우엔 잔금대출이 불가능하다.
규제지역이라도 LTV를 최고 70%까지 받을 수 있는 디딤돌대출이 있다. 연이율 1∼2%대에 주택구입자금을 대출해 주는 제도다. 하지만 전용면적이 85m²(수도권이 아닌 읍면 지역은 100m²) 미만이면서 담보주택 평가액이 5억 원 이하인 주택만 대출이 가능하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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