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계의 쇼티지는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공급이 이에 발맞춰 따라가지 못한 경우다. 소비 회복 속도에 비해 공급 증가 속도가 받쳐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19발(發)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가처분소득은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급격하게 늘어났다. 반면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전통산업은 투자가 급격히 위축됐다.
한국경제신문이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에 의뢰해 쇼티지가 발생했거나,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산업군을 조사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2021년 글로벌 경제는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경기 변동과 친환경산업의 급성장이라는 변화에 직면했다”며 “이런 변화가 맞물린 산업 영역에서 수요와 공급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는 비메모리와 같은 공급 부족 상황은 아니지만, D램의 경우 1분기 중순부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증가하는 수요 대비 메모리 3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증설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 옆에서 전력을 공급해주는 수동 부품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그 덕분에 글로벌 2위 MLCC 업체인 삼성전기 주가는 올해 들어 16% 뛰었다.
코로나19 이후 각국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으로 친환경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1년부터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면서 전기차(EV)용 배터리 생산량도 늘고 있다. 배터리 소재 중에서도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제품은 동박이다.
공급 부족 상황에서 가격이 급등하면 가장 혜택을 보는 것은 업계 1~2위 업체들이다. 동박업계에서는 글로벌 1위 경쟁력을 보유한 SKC의 수혜가 예상된다. SKC는 올해 들어 지난 1일까지 32% 상승했다. 2일 하루에만 8.43% 올랐다.
항공산업에서는 대한항공의 수혜가 기대된다. 국내 항공사 중 화물기 운용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를 기준으로 항공 화물 매출 비중은 전체의 51%에 달했다.
제지산업에서는 대림제지와 아세아제지가 실적 개선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손세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림제지는 제지 업종 중 골판지 원지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이고, 아세아제지는 시가총액 2000억원 이상 제지 기업 중 원지 매출 비중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고재연/박재원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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