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 TSMC,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인력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인공지능(AI)·5세대(5G) 이동통신 확산, 경기회복 기대감 등으로 반도체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판단해 공격적으로 채용에 나서고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 여파로 주요 반도체 기업이 시설투자를 대폭 늘리는 것도 인력 수요를 키우는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관련 인력을 대거 충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낸드플래시로 불리는 ‘Z낸드’ 분야 채용이 눈길을 끈다. Z낸드는 데이터 저장이 가능하면서 일반 제품보다 읽기 속도가 빠른 게 특징이다. 인텔의 ‘옵테인’(D램과 낸드의 특징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반도체)에 대응하는 제품으로 꼽힌다.
차량용 반도체 전문가도 선발한다. 메모리사업부는 차량용 D램, 시스템LSI사업부는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시스템 반도체(IVI)와 이미지센서, 파운드리사업부는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칩 설계 전문가를 채용한다.
국내와 별도로 독일 뮌헨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법인에서도 차량용 LED(발광다이오드) 전문가 등 5개 직무의 경력 직원을 채용 중이다. 미국 오스틴과 새너제이 법인에선 그래픽처리장치(GPU), AI 관련 전문 인력을 뽑고 있다.
파운드리 세계 1위 업체 대만 TSMC는 미국 애리조나 법인에서 근무할 직원 채용을 시작했다. TSMC 홈페이지엔 ‘수율개선엔지니어’, ‘장비엔지니어’ 등 16개 직무에 대한 채용 안내가 떠 있다. TSMC는 2024년까지 120억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에 5나노미터(㎚: 1㎚=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캐나다, 일본에서도 채용이 진행 중이다. 이 밖에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와 메모리반도체 기업 YMTC, CXMT 등도 경력 채용에 나섰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4515억달러(약 504조원)였던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올해 4890억달러(약 546조원)로 8.3% 증가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성장 산업”이라며 “시장이 커지는 만큼 인력이 필요한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기업들이 최근 반도체 품귀 현상의 영향으로 설비투자를 급격히 늘리고 있는 것도 인력확보로 이어지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인텔, 삼성전자, TSMC,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5개사의 올해 설비투자(CAPEX) 전망치는 사상 최대치인 952억달러(약 106조2400억원)다. 지난해(743억달러) 대비 28.1% 증가한 수치다.
산업계에선 자동차·AI 반도체 등 성장성이 높은 분야의 전문인력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는 “반도체 인력 수요에 비해 국내 대학에서 배출되는 전문 인력 수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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