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공공재개발 활성화, 역세권 고밀개발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자 다세대·연립(빌라)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달 거래량이 아파트를 뛰어넘고 상승률도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매매거래 건수는 2776건으로 아파트(2366건) 거래량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아파트 6354건, 빌라 4315건)과 12월(아파트 7504건, 빌라 5409건)을 비롯해 통상적으로는 아파트 거래가 빌라보다 많다.
주택 거래는 30일 이내 신고하면 되기 때문에 1월 거래량은 더 늘어날 수 있지만 빌라 우위는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빌라 등이 밀집한 곳의 공공재개발 활성화가 이르면 4일 발표될 공급 대책의 한 축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흑석2구역 등 서울 내 공공재개발 1차 후보지 여덟 곳을 발표한 데 이어 다음달 2차 후보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종로, 영등포, 용산 등 빌라가 밀집한 지역에 투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역세권 고밀개발에 맞춰 역 근처에 있는 빌라에도 수요가 몰리고 있다.
가격도 오름세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41% 상승해 2011년 8월(0.52%) 후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빌라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지난해 5월 -0.02%를 기록했다가 ‘패닉 바잉(공황 구매)’이 이어진 6~8월 0.06~0.23%로 상승 전환했다. 9월 0.19%, 10월 0.15%로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졌다가 11월 0.18%, 12월 0.19%로 다시 상승폭을 키워왔다.
지난달 부동산원이 발표한 서울 빌라 매매수급지수는 107.6으로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넘어 200에 가까울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빌라 경매도 호황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다세대·연립 경매 물건당 평균 응찰자 수는 4.00명으로 지난해 하반기 평균 2.12~3.06명과 비교해 참여자가 크게 늘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발 기대감에 휩쓸려 성급하게 빌라에 투자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가 공공재개발이나 역세권 고밀개발을 추진한다고 해도 해당 지역 상가나 토지주의 동의율을 확보하는 게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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