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이 정기 공개채용을 폐지하고 수시채용을 통해 직원을 뽑기 시작하면서 대학가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지방 대학 출신 합격자가 늘어난 것이 눈에 띄는 변화다. ‘스펙’보다 ‘실무능력’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자리잡으면서 학벌의 ‘약발’이 이전같지 않다는 게 주요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아예 커리큘럼을 실습과 인턴십 위주로 재편하는 대학도 늘어나는 추세다.
2일 교육부에 따르면 2019년 졸업자 기준 서울 주요 대학 컴퓨터공학과의 취업률은 80~90%를 기록 중이다. 한양대 소프트웨어학부가 92.0%, 서강대 컴퓨터공학과는 89.3%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중앙대 컴퓨터공학부가 86.8%,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 86.5%,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85.4%, 고려대 컴퓨터학과 84.1%로 뒤를 이었다. 2019년 4년제 대졸자의 평균 취업률(63.4%)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주요 대학 컴공과의 취업률은 매년 올라가고 있다. 중앙대 컴퓨터공학부의 경우 2017년 75.6%에서 2019년 86.8%로 취업률이 10%포인트 넘게 뛰었다.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도 2017년 77.8%에서 2019년 86.5%로 상승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바이오·제약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기업들이 나타나면서 바이오·화학공학 관련 전공도 강세다. 서울대 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는 2019년 90.9%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성균관대 화학공학과가 91.9%, 한양대 화학공학과 98.0%,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전공은 100% 취업을 달성했다. 한 대학 취업팀장은 “화공과는 기업 수요가 졸업자보다 많아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를 빼곤 전원이 취업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컴·바·화’ 학과들의 높은 취업률은 대학 입시 경쟁률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중앙대 컴퓨터공학부가 있는 창의ICT공과대학은 2021학년도 정시모집 경쟁률이 25.20 대 1에 달했다. 고려대 컴퓨터학과도 올해 정시에서 4.8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는 4.56 대 1, 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는 3.0 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시채용을 도입한 LG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채용 페이지에 ‘선배들의 생생 토크’ 코너를 마련해 수시채용에 지원하는 대학생들에게 입사 후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설명한다.
실제 직원들이 인터뷰이로 등장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해외 주재원과 관련된 인사 업무를, 실제 그 일을 하는 류지민 사원의 입을 통해 알려주는 식이다. 출근 후 시간대별로 어떤 일을 하는지, 입사 전 ‘카더라’로 알고 있던 것 중 사실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취업을 위해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상세하게 전달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입사 후 자신이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도록 채용 페이지에 다양한 정보를 담았다”고 말했다.
현대차 채용 홈페이지에는 동영상 콘텐츠가 가득하다. 구직자들이 궁금해하는 직군별 업무에 대한 소개부터 회사가 벌이고 있는 신사업, 최신 기술 동향 등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지금 대학생들이 글보다 영상에 익숙한 세대라는 점을 감안해 동영상 콘텐츠를 준비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수시채용이 확대된 이후 구직자에게 충분한 정보와 좋은 인상을 주는 게 한층 중요해졌다”며 “회사의 진면목을 알려 구직자에게 매력적인 회사로 보여야 뛰어난 인재가 많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배태웅 기자 clic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