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제혜택 받으려고 연금저축에 가입한분들 꽤 많으시죠? 그런데 이 연금저축, 어떻게 굴려야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연금저축을 넣는 것 뿐 아니라 뺄 때, 그러니까 연금을 받을 때의 세금혜택과 이 혜택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선 어떻게 운용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알아보려고합니다.
연금저축의 절세효과
연금저축의 세제혜택은 강력합니다. 한 해 동안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을 합쳐서 700만원을 투자하면 연말정산할 때 연초에 최대 115만5000원까지 바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요즘 연말정산 기간이니 지난해 투자한 금액에서 이렇게 확정수익으로 최대 16.5%를 바로 돌려받은 분들 있으실겁니다. 하지만 세액공제만으로는 연금저축의 혜택을 온전히 누렸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연금저축의 세제혜택의 두가지 큰 축의 첫번째가 세액공제를 통해 바로 현금을 돌려받는 것이고 두번째는 과세이연, 저율과세, 분리과세 등 투자 결과에 대해 절세효과를 얻는 것이기 때문입니다.투자에 따른 절세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연금저축을 어떻게 굴려야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연금저축에서는 기대수익률이 높은 주식형 상품, 그 중에서도 해외주식형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 연금을 받을 때는 일시금이 아니라 최대한 연금형태로 천천히 받아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지금부터 연금저축의 과세이연, 저율과세, 분리과세 효과를 하나하나 말씀드리면서 그 이유를 풀어볼게요.
연금저축의 과세이연 효과
과세이연이란 말 그대로 세금을 내는 시기를 뒤로 미뤄준다는겁니다. 예를들어 우리가 일반 증권 계좌에서 해외주식형 펀드에 투자를 하면 이익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야합니다. 하지만 연금저축 계좌에서 해외주식형 펀드를 매매할 때는 당장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고 나중에 만 55세 이후 연금을 손에 쥘 때 세금을 냅니다. 연금소득세라는건데요. 가입일로부터 5년이 지난 뒤 만 55세 이후부터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그리고 한 해에 1200만원까지 연금으로 받아가는 경우에 대해서 3.3~5.5%의 연금소득세를 내야합니다. 빨리 받아갈수록 더 세금을 많이 내고 80세 이후 연금을 늦게 받아갈수록 더 세금을 적게 내는 구조입니다.이렇게 당장의 배당소득세가 아니라 나중에 연금소득세로 늦게 세금을 내면 뭐가 좋으냐, 세금으로 냈어야 하는 돈을 내가 쥐고 있으면서 굴릴 수가 있겠죠. 나라가 가져가야했을 돈을 이자 없이 쥐고있을 수 있으니 혜택이라고 할 수 있겠죠.
연금저축의 분리과세 혜택
다음으로 분리과세입니다. 아까 연금을 받을 때 연 1200만원까지는 연금소득세가 적용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렇다면 이보다 더 많이 연금을 찾아가면 어떻게되느냐. 연 1200만원 이상부터는 1200만원을 넘어가는 부분이 아니라 연금을 받는 전체 금액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됩니다. 소득에 따라 최대 45%까지 세금을 내야하는데요. 연금으로 연 1200만원까지만 받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하지 않으니 이걸 분리과세 혜택이라고 합니다. 이 분리과세 혜택을 누리시려면 연금을 수령할 때 연 1200만원이 넘지 않도록 수령 기간을 5년이 아니라 10년 이런식으로 길게 조정하셔야겠죠.나중에 연 1200만원이면 월에 100만원인데, 노후자금으로 너무 짠 것 아닌가. 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것 같아요. 지금은 아니지만 우리가 연금을 받을 때는 이 한도가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실제 연 1200만원이라는 한도도 원래는 연 600만원이었던 것이 2013년에 한도가 너무 작다고 해서 연 1200만원으로 늘어난 것이거든요. 물가상승률에 따라 자연스럽게 한 달에 필요한 생활비도 늘고 정부도 연금 적립을 유도하는 쪽으로 제도를 계속 개편하는 중이니 이 부분도 유리하게 개편될 가능성도 충분하겠죠.
연금저축은 조삼모사?
연금을 수령할 때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3.3~5.5%의 연금소득세를 내는 데요. 보통 연금처럼 장기투자했을경우 원래 내야하는 배당소득세인 수익에 대한 15.4%보다는 적기 때문에 저율과세 혜택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렇게 지적하기도 합니다. 연금저축이 처음에는 세액공제로 이익을 보는 것 같지만 나중에는 어차피 연금소득세인 3.3~5.5%는 연금을 수령하는 전체 금액에 대해 부과하는 것이다. 때문에 사실상 알고 보면 세금혜택은 조삼모사다. 연금저축 차라리 하지 말아라는 주장도 있는데요, 일부는 맞지만 대체로 틀린 이야기입니다.좀 복잡한 표지만 같이 천천히 볼게요. 일단 누적 세액공제 부분은 처음에 연말정산에서 돌려받은 것이기 때문에 연금으로 수익을 얼마를 내든 동일합니다. 즉 원금으로 낸 이익이 높으면 높을수록 세금 혜택을 더 크게 얻어갈 수 있다는겁니다. 운용 수익률이 2%인 부분을 기준으로 표를 설명드려볼게요. 매년 400만원씩 20만원 부었고, 이 금액이 연 2%씩 불어났다면 세 전으로 9718만원이 되어있을거예요. 그런데 이걸 연금저축에서 운용하지 않고 그냥 일반 계좌에서 운용했다면 배당소득세 15.4%가 붙어서 9426만원이 됐을겁니다. 이 둘의 차이인 292만원이 과세이연효과, 즉 냈어야 하는 세금인데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으면서 굴려서 이익을 본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굴려진 원금을 우리는 그냥 받는 게 아니죠 연금소득세를 내야합니다. 가장 높은 세율인 5.5%를 뗐다고 치면 534만원을 세금으로 내야할겁니다. 그러면 일단 우리가 처음에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로 이득을 봤던 부분보다 연금소득세가 521만원정도 더 적죠. 그러니까 연금계좌에 투자해서 얻은 이익은 총 800만원정도가 됩니다.
약간 복잡하지만, 세액공제 받은 금액과 나중에 내는 연금소득세를 비교해보면 결코 조삼모사가 아니라는겁니다. 물론 조삼모사라는 말이 맞을 때도 있습니다. 표에서 수익률이 8.5%를 넘어가면 세액공제를 받은 금액보다 연금소득세를 내야하는 부분이 더 많죠. 하지만 세금을 안 내서 얻은 이익, 과세이연효과까지 감안하면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닙니다. 정리하면 높은 수익을 내면 연금소득세를 많이 내야하니까 손해라는 논리는 내가 연봉이 늘어나서 소득세를 많이 내야하니 애초에 연봉을 올리지 않겠다는 것과 똑같다는거죠.
또 이 표를 보면 연금계좌에서는 똑같은 금액을 넣더라도 수익률이 높을수록 과세이연에 따른 이익을 더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장기 기대수익률이 낮은 채권이나 예금이자와 비슷한 MMF보다는 연금에선 기대수익률이 높은 주식에 투자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거죠.
연금저축 계좌에선 해외주식
그러면 그냥 수익률이 높은 주식형 상품에 넣으라고 하면 되지. 왜 하필 해외주식형이냐. 이유는 국내 주식은 2023년까지 매매 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세금을 늦게 내는것, 즉 과세이연의 장점은 내가 세금을 낼 돈을 들고 있으면서 그 돈을 또 불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내주식은 애초에 세금을 내야할 돈이 없으니까 과세이연 효과라는 것이 없겠죠. 오히려 그냥 일반 증권 계좌에서 투자를 했으면 세금을 안 낼 것을 괜히 연금계좌에서 투자해서 나중에 연금소득세를 내는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처음에 16.5% 세액공제를 받은 부분이 있으니 대체로 손해까지는 아니겠지만요.그렇다면 어떤 상품을 담을 수 있을까. 연금저축 계좌에서는 펀드나 ETF를 통해 간접투자해야합니다. 주식이나 채권에 직접 투자하거나 예적금을 담을 순 없습니다. 그렇다면 펀드와 ETF중에서 골라야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는 수수료가 낮은 ETF를 선호합니다.
ETF도 모두 담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해외에 상장한 상품은 담을 수 없습니다. 나스닥을 추종하는 상품을 담고싶더라도 국내에 상장한 ETF를 담아야합니다. 대신 인버스와 레버리지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 변동성이 큰 상품을 제외하면 모든 ETF를 담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연금저축과 비슷하지만 퇴직연금으로 분류되는 IRP에서는 인버스, 레버리지 뿐 아니라 선물로 운용되는 상품들은 담을 수 없거든요. 예를들면 국내 상장 금 ETF들은 모두 현물이 아니라 선물로 운용되는데 이런 상품은 연금저축계좌에선 담을 수 있지만 IRP에선 담기 어렵겠죠. 기본적인 제도는 이렇지만 실제 운용하는 증권사마다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 제각기 다르니 실제 매매하실 때 해당 증권사에 확인을 하셔야합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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