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미국이 제재 카드를 꺼낸 반면, 미얀마 제1 무역파트너인 중국은 온건한 분위기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첫 외교 시험대이자 아시아 세력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딜레마에 빠졌다는 평이다. 강경 반응을 보이면 자칫 중국의 영향력만 높일 수 있고, 소극적으로 반응하면 바이든 정권 출범 초기부터 외교정책이 '삐끗'하게 되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이 미얀마를 제재할 수 있다고도 엄포를 놨다. 그는 "미국이 지난 10년간 버마에 제재를 해제한 것은 버마에서 민주주의가 진전됐기 때문"이라며 "이같은 진전이 뒤집힌다면 미국은 제재를 즉각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얀마를 '버마'로 지칭했다. 미얀마 군부가 1989년 나라 이름을 바꾸기 전 쓴 국명이다. 미국 정부는 그간 미얀마 군부를 비판하는 의미로 미얀마를 버마로 불러왔다.
중국의 논평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미얀마 쿠데타를 강경 비판한 것과는 크게 다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은 '좋은 이웃'임을 강조하며 조용한 반응만 했다"고 분석했다. 헌법의 틀을 강조한 것도 그렇다. 미얀마는 그간 군부가 만든 헌법을 기반으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정치를 주도해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미얀마 군부가 바이든의 경고에도 별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은 군부가 중국에 '베팅'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미얀마에 민주 선거에 의한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미얀마 군부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미국이 미얀마를 제재하는 동안 영향력을 더 넓혔다.
중국은 미얀마 제1 무역 파트너로 미얀마 전체 무역의 3분의1을 대중(對中)무역이 차지한다. 대미 무역 규모의 10배에 달한다. 중국은 미얀마 제2투자국이기도하다. 작년엔 시진핑 중국 주석이 미얀마를 방문해 중국-미얀마 경제회랑 프로젝트 등 인프라 관련 협약을 대거 체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세계 어디서든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공언했다"며 "이 발언에 대해 일찍부터 시험을 당하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중국의 힘이 커지고, 서방에선 민주주의가 뒷걸음치면서 미국 등이 더이상 동남아 일대에서 '규범적 어젠다'를 내세울 명분도, 경제·정치적 수단도 없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제재도 실제 적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은 이미 미얀마에 장기간 제재를 해왔다. 공식적으로 제재가 완화된 것은 2012년부터다. 이때문에 미얀마와 미국 기업간 협력 범위가 적고,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도 크지 않다.
미국이 통상 쓰는 재무부 '블랙리스트'도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 쿠데타를 벌인 군부 요인들의 미국 내 재산을 동결하려 해도 각 군부 관계자들이 미국에 많은 재산을 두고 있지 않을 공산이 커서다. 앞서 미국이 제재 명단에 올린 이란 정부 관계자들도 미국에 재산을 두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타격을 피했다.
대대적인 제재는 더욱 딜레마다. 미국이 미얀마 군부에 전면 제재를 내걸 경우 피해는 미얀마 국민들이 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반발심리가 발동하면 미얀만에서 반미감정만 높아지고, 미얀마 군부는 중국과 더 친밀해지게 된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아시아·태평양 전략을 구축하려 하고 있던 와중 상당한 난관에 부딪혔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다른 아시아 국가와 협력하기도 어렵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부분 아시아 국가는 미얀마가 군사정권 지배를 받는 동안 미얀마와 거래를 계속했다"며 "최근 몇년간 일본 등은 미얀마를 태국의 대체 제조기지로 보고 투자를 늘려 미얀마 쿠데타에 대한 강경 반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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