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지시 없었다는데…산업부 이어 가스공사도 北원전 검토[종합]

입력 2021-02-02 14:03   수정 2021-02-02 14:10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탈원전을 선언하고 국내 원전 건설을 중단했던 문재인 정부가 정작 북한엔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뿐만 아니라 산하기관인 한국가스공사도 비슷한 문건을 만들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일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2018년 7월 산학협력단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같은해 12월 국민대 산학협력단(단장 차주헌 기계공학부 교수)으로부터 '북한의 에너지현황 및 천연가스사업 협력방안 연구'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보고서는 다양한 남북간 에너지 협력 논의를 비롯해 동북아 에너지 자원 협력 등에 대해서 분석했다.

보고서는 북한 내 신규발전소를 건설할 경우, 적정 전원을 무연탄, 수입 유연탄과 석유, 원자력, 가스로 나눠 분석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 내 신규발전소의 전원별 장단점을 분석하면서 원자력의 장점으로 Δ연료비 절감, 낮은 운영비용 Δ북한의 자주 경제 노선 표방에 적합 Δ남북 방사능 폐기물 공동관리 가능 등을 꼽았다.

단점으로는 Δ대규모 설비투자 Δ현 북한의 전력설비로는 수용 능력 없음 Δ정치적으로 민감함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이외에도 북한의 석탄가스화 산업과 석탄층메탄가스 등 북한의 자력갱생 정책에 따라 확대하고 있는 관심 사업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북한 가스시장 진출 전략과 과제 등에 대해서도 분석하면서 "대북 경제제재가 얼마나 지속될지 현 단계에서는 전망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재하에서도 북한과의 인적 교류를 통해 가스공사 및 남한 천연가스 업계에 대한 북한의 인식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가스공사는 당시 남북 경협 활성화를 대비해 만든 '스터디(연구)용' 보고서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앞서 북한 원전 추진과 관련한 논란이 커지자 산업부는 지난 1일 저녁 6쪽짜리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전격 공개했다.

산업부는 "현재 재판 중인 사안임에도 불필요한 논란의 종식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감안해 정보공개 심의위원회 심의, 의결을 거쳐 자료 원문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원전 건설 추진 방안을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정리했다. 특히 "향후 북한 지역에 원전 건설을 추진할 경우 가능한 대안에 대한 내부 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1안은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부지인 함경남도 금호지구에 원전 2기와 사용후핵연료 저장고를 건설하고 방폐장 구축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2안은 DMZ에 원전을 건설하는 내용이며, 3안은 백지화한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한 후 북한으로 송전하는 방안이다.

산업부는 이날 원문을 공개하며 "2018년 4월 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향후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로, 추가적인 검토나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이 그대로 종결됐다"면서 "해당 자료로 인해 불필요한 논란이 확산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하며, 원문 공개를 통해 논란이 종식되길 바란다"고 했다.

산업부가 의혹을 해소하고자 원문 공개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내용을 고려할 때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에 신한울 3·4호기를 완공한 후 북한에 송전하는 3안은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도 상충한다.

보수 야권은 여전히 문건 작성 경위와 누가 지시를 내렸는지 밝혀야 된다는 입장이다. 상부 지시도 없이 이런 구체적인 문건을 만든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건설해 주는 것을 포함해 DMZ에 원전 건설, 신한울원전에서 송전해 주는 안까지 검토했음이 밝혀졌다"며 "문재인 정부는 핵무기 원료 확보와 전력난 해소를 위해 원전을 갖는 것이 버킷리스트 1위인 김정은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서라면 대북제재, NPT협약, 환경문제도 걸림돌로 여기지 않은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원전을 건설하는 것은 북한에 전력을 보내줄 용도로만 건설해야 하고 그 이외 경우는 불법을 동원해서라도 무조건 폐쇄해야 하는 것으로 여긴 듯하다"며 "이런 황당한 북한 원전 지원안을 검토하고 기획했다는 것만으로도 이적행위이고 여적죄"라고 주장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문서를 작성한 경위가)개인적 아이디어 차원이라는데 왜 산업부 공식자료로 남아 있느냐"며 "결국 (최소한)산업부 차원에서 만든 문건이라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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