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2일 북한 정권의 구금·고문·강제노동 등 인권침해 상황을 열거한 ‘북한 책임규명’ 보고서를 공개하고 이같이 밝혔다. 오는 22일 열리는 제46차 유엔 인권이사회를 앞두고 공개된 이 보고서는 “한반도의 영속적 평화는 북한 범죄가 종식되고 진실·정의·배상·재발 방지 등을 위한 피해자 권리가 충족돼야만 달성할 수 있다”며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북한이 저지른 국제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ICC)나 특별재판소 등에 기소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북한 정권의 심각한 반인도적 범죄 행위에 대해 국제사회가 책임을 묻는 빈도가 줄어들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OHCHR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을 보고한 것은 2017년이 마지막이다. 보고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적 우선순위 때문에 국제 사회에서 북한에 인권침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줄어들었다”며 “(북한의 범죄에 대한) 정보 수집과 보존을 계속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탈북민들이 북한 내 인권 상황을 알리는 핵심 정보 원천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한국·미국·일본 등에 있는 피해자와 가족들 일부가 각국 법원에 소송을 내고 있음에도 그 숫자가 많지 않은 데다 북한 정권의 비협조에 가로막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로 한국으로 오는 탈북자 수도 줄어들었다”며 “하나원에 입소한 탈북자와의 인터뷰도 방역 조치로 연기되는 등 북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유엔인권최고대표가 북한 정권의 국제사법기구 회부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보고서가 지적한대로 유엔 안보리 등에서 북한 인권이 주요 의제로 거론될 경우 한국 정부의 외교적 입장도 난처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6월 탈북민 단체들에 대한 통일부의 사무검사, 한국 영토 내에서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할 경우 징역형까지 부과하는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시행 등으로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왔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인권을 한·미 양국의 주요 현안으로 꼽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 의회 산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인권 청문회 개최를 예고했다. 청문회는 이르면 이달 말 개최될 전망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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