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주 기자] 사람은 살면서 우직한 뿌리 하나를 내린다. 또 그 깊이와 굵기는 주체의 의지에 따라 생김새를 달리하곤 한다. 우혜림의 뿌리는 삶을 향해 곧게 뻗어가고 있었고 겉의 뿌리 역시 단단하고 생기가 넘쳤다. 그렇게 좋은 기운을 힘껏 풍기며 새해 근황을 알려온 그.
2010년 원더걸스의 새 멤버로 합류하며 굵직한 행보를 걸어온 혜림은 그동안 아이돌, 배우, 통번역가에 이어 작년 에세이 ‘여전히 헤엄치는 중이지만’을 출간해 작가로 데뷔하며 무한 변신을 꾀했다. 올해 서른을 맞은 그는 앞으로의 10년을 기대하며 건강한 삶과 내면의 발전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여러 분야를 통해 끼와 재능을 증명해온 그는 이번 화보 촬영 역시 변함없는 미모와 노련한 애티튜드를 자랑했다. 그만이 가능한 사랑스러운 모먼트로 성큼 다가오는가 하면 한층 차분하고 성숙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다채로운 무드를 연출했다. 이어 시크한 블랙 스완을 연상케 하며 찰떡 소화력을 과시했다.
Q. 올해 서른이 되었다. 30대의 시작은 순조로운지.
“만으로 스물여덟이지만 한국 나이로 서른이다(웃음). 아직 1월이라 크게 달라진 점은 모르겠다. 생일 케이크에 초를 세 개 꽂을 때 실감 날 것 같다. 주변에 친한 언니들로부터 30대에 대한 예찬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기대와 걱정으로 기다려왔다. 자신의 방향을 찾고 여유가 생긴다고 해서 그런 기대감으로 30대를 맞았다”
Q. 최근 어떻게 지내고 있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고 곧 나올 번역 일에 몰두하고 있다”
Q. 사회생활 후 맞이한 대학 생활은 느낌이 다를 것 같다. 적응이 어렵진 않았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주변에서 그런 걱정이 많았는데 스스로 원해서 간 대학이라서 남들이랑 똑같이 1학년의 설렘을 느꼈고 재미있었다. 그래서인지 학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Q.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지난 대학 생활을 돌이켜보면 어떻게 성장했는지.
“벌써 마지막 학기만 남겨두고 있다. 독학으로는 한계가 있는 전공과 교양에 대한 학업이 가능해서 좋았고 좋은 교수님들 아래서 좋은 배움을 얻었다. 또 지난 4년 동안 학교뿐 아니라 결혼, 출간 등 외부적으로 여러 일이 있었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다”
Q. 지난 7월, 오랜 연애를 마치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 행복한 신혼 생활을 보내고 있을까?
“만족스럽게 지내고 있다. 여자친구일 때는 사랑과 챙김을 받고 싶은 게 컸다면 지금은 그런 마음을 내려놓고 더 줄 수 있는 관계가 된 것 같다. 가사에서는 요리는 내가 하면 설거지는 오빠가 하고 청소는 같이 분담하는 식이라서 크게 싸울 일 없이 잘 맞는다”
Q. 두 사람의 웨딩 화보에 대한 반응이 뜨겁더라.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한 쌍인 것 같다.
“그렇다(웃음). 사실 웨딩 촬영을 할 때 의자를 활용한 콘셉트는 살짝 무서웠지만 결과물이 훌륭해서 후회는 없다. 또 많은 풍선으로 연출한 느낌도 평범하지 않아서 더 좋았던 것 같고 고생한 만큼 예쁘게 나왔다”
Q. 남편이 애정 표현에 적극적인 편인 것 같던데, 본인은 어떤가.
“표현을 잘한다. 나는 더 잘하고(웃음)”
Q. 작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중 유빈의 소속사와 손을 잡았는데 서로의 신뢰가 두터운가 보다.
“멤버 모두와 잘 지내지만 유빈 언니랑 나만 JYP에 남게 되면서 더 의지하고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또 언니가 소속사를 차리면서 먼저 제안을 해줬고 감사한 마음으로 응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남편도 함께하게 되었다”
Q. 아이돌, 배우, 통번역가, 작가 등 많은 문을 두드리며 살았다. 무엇이 가장 보람되었을까?
“각각 그 일만의 매력과 보람이 있기 때문에 하나를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운 것 같다”
Q.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유예 없이 도전하나 보다. 그런 행동적인 태도의 원천은 무엇일까?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아서 안 되더라도 도전을 해보는 편이다. 아까 표현을 잘한다고 했는데 거절을 당하더라도 표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자연스럽게 실천을 잘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태도의 의지를 가지려 하고 삶의 의미를 계속 찾아가려고 한다”
Q. 유튜브 ‘Lim’s diary’ 채널까지 개설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못하는 게 없어 보인다.
“평소 관심사나 호기심이 많다. 처음에는 직접 촬영했지만 최근에는 회사가 도와줘 다양한 영상을 담고 있다”
Q. 최근 에세이 ‘여전히 헤엄치는 중이지만’을 출간했다. 나의 책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건 어떤 기분이던가.
“정말 묘하고 보람찼다. 현재 나의 보물 1호라고 할 만큼(웃음)”
Q. 책의 이야기뿐 아니라 알록달록한 디자인도 우혜림을 닮은 것 같은데.
“디자인에 관련되어서는 내 권한이 없었고 출판사 측 디자이너분께서 글을 읽고 그런 영감을 받은 것 같다. 글이랑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마음에 든다”
Q. 기억에 남는 독자의 리뷰가 있다면?
“한번은 신혼인 독자분께서 부부가 서로 표현을 잘 안 했는데 내 글을 읽고 용기 내서 표현해야겠다고 느꼈다고 하더라”
Q. 다음에는 어떤 내용을 담아보고 싶나.
“에세이를 너무 좋아해서 다음에도 에세이를 내고 싶다. 이번 책에서는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면 다음에는 일상에서 발견되는 소소한 것들에 대해 써보고 싶다”
Q.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던데 최근에는 무엇을 기록했나.
“작년 크리스마스는 코로나 때문에 즐길 분위기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크리스마스를 너무 좋아한다. 해서 아쉬움이 컸는데 차로 이동하던 중 창가에 트리를 장식한 집이 꽤 있더라. 덕분에 소소하게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감사했던 마음을 적었다(웃음)”
Q. 언어를 잘한다고 해서 문장력이 뛰어난 건 아니다. 비유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데 일상의 이모저모를 잘 살피는 모양이다.
“작은 것들을 안 놓치려고 한다. 책에서 ‘항해’에 대한 비유도 친구랑 이야기하던 중에 영감을 얻었다. 결혼은 상대와 한배를 타는 거고 떠나는 순간 방향을 돌릴 수 없는 거라고. 그렇게 ‘이 사람과 한배를 타고 되돌릴 수 없다면?’이라는 다양한 상상을 하게 되었고 지금의 배우자와는 그 배를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온전한 독서를 위해 선호하는 시간과 공간이 궁금하다.
“아침 일찍이든 밤늦게든 상관없다. 지하철이나 차로 이동 중에도 언제 읽어도 좋은 것 같다”
Q. 10년 전 자신에게 쓴 편지를 봤다. 내용보다 더 대단하고 훌륭한 사람이 된 것 같은데.
“좋은 기회로 쓰게 된 편지를 보니 되게 풋풋하더라. 내용보다 더 많은 일을 해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의 나를 위해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어디에 보관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중간에 찾아볼 거 같더라(웃음)”
Q. 내용 중 홈메이드 베이커리도 새롭다. 다음은 베이커 우혜림을 기대해도 좋을까?
“빵과 과자를 좋아해서 한동안 제빵에 누구보다 진심이었다(웃음). 하지만 현실적으로 차릴 것 같지는 않다”
Q. 이야기를 나눌수록 좋은 기운뿐 아니라 선하고 착실한 사람인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이 함께하고 싶어 하지 않나.
“유독 사람들이 많이 몰려왔던 기간이 있었다. 전에는 다가오는 사람들을 마다치 않고 받아줬다면 지금은 관계에 대해 더 신중하려고 한다”
Q. 이렇게 소박한 사람이 화려한 가수 생활을 어떻게 했을까. 분명 힘든 시간이 많았겠다.
“일단 그런 생각할 새도 없이 계속 바빴던 것 같다. 사실 화려한 게 싫으면 관심 자체를 싫어해야 하는데 또 그렇지는 않으니까 활동을 해왔던 것 같다. 힘들기도 했지만 그때는 혼자가 아니라 멤버들이 있어서 더 든든했고 버틸 수 있었다”
Q. 기다리고 있을 팬들을 위한 솔로 앨범 계획은 없는지.
“계획은 아직 없지만 유빈 대표님과 한번 얘기해보겠다(웃음)”
Q. 방송인으로서의 활약도 이어오고 있다. 탐나는 프로그램이 있을까?
“살짝 진지한 편이라서 삶을 다루는 토크쇼가 재미있을 것 같다. 또는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좋겠다”
Q. 올해 꼭 이뤘으면 하는 목표는?
“지금 번역하고 있는 책이 신경 쓴 만큼 성공적으로 출판되었으면 좋겠다. 또 다양한 방송 활동도 하고 싶고 우혜림으로서의 최종 목표는 책 제목처럼 여전히 찾아가는 중이다(웃음)”
Q. 팬들에게 한마디
“어떤 길을 가든 항상 응원해주시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정말 감사드리고 기다려주신 거에 대한 미안함도 있다. 신기한 게 주변 사람에게는 표현을 잘하면서 팬들에게는 잘 못 한다.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더 소통하려고 고민하는데 마음이 잘 안 전해지는 것 같아서 그렇지 않다고 전하고 싶다. 덕분에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있고 한결같은 마음에 고마움이 크다. 무슨 일을 하든 항상 행복하고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에디터: 이진주
포토그래퍼: 권해근
의상: 아워코모스, 주드맥콜, 리유니, 로맨시크, 분닥세인츠, 까이에, 듀이듀이, 곽현주콜렉션, 온느
슈즈: 율이에, 비비니끄
주얼리: 멜리본레인, 디디보유, 3fish, 에떼르노, 코니크, 안드로니코, 헤스티보
스타일링: 스타일그래퍼 (이사금, 최지원, 한은선)
헤어: 코코미카 소은 실장
메이크업: 코코미카 정민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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