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최근 북한 원전 지원 의혹, 재난지원금 논란 등 각종 이슈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떠난 뒤 청와대 내 새로운 '실세'로 최 수석이 급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 일각에서는 최 수석을 '실장 위에 수석'이란 뜻으로 '왕실장수석', '상왕수석'으로 부르기도 한다.
실장 위에 수석 별명 붙어
최 수석은 3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4차 재난지원금을 두고 민주당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견을 노출한 것과 관련 "경제부처하고 당하고 이견들이 늘 있어왔고, 그것을 잘 조율해서 1·2·3차 재난지원금을 하지 않았나"며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 정책실장이나 경제수석도 아닌 정무수석이 경제 정책까지 챙기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북한 원전 지원 의혹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을 강하게 압박했다. 최 수석은 전날 라디오에서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USB를 공개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 "야당이 명운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근거를 넘은 것은 물론이고 큰 실수한 것"이라며 "법적 대응보다 더한 것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에서는 거세게 반발했다. 전여옥 전 의원은 "이 나라는 '헌법'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유지된다"며 "그런데 청와대 정무수석이란 자가 야당 대표에게 '법을 넘는 조치'를 하겠다고 하다니 진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의혹 제기를 '북풍 공작'으로 규정하고, 야당에 대한 총공세를 퍼붓는 전략도 최 수석의 아이디어란 추측이 민주당 안팎에서는 나왔다.
인사까지 영향력 행사?
최근 인사에서도 최 수석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정치권에 파다했다. 장관으로 지명된 인물들이 최 수석과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 등은 최 수석이 의원 시절인 지난 2019년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을 때 특위 활동을 함께 했다.
'깜짝 발탁'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인연도 남다르다. 최 수석이 2018년 서울 송파을 재보궐 선거에 도전했을 때 유 실장의 자녀가 선거운동을 도와줬을 정도로 가깝다고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유 실장을 천거한 인물이 최 수석이라는 추측도 제기했다.
정치권에서는 유 실장이 취임 후 여야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 최 수석이 참석하지 않아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정무수석이 청와대 서열 상위인 비서실장을 '모시고' 국회를 방문하는 통상적인 의전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인재 영입으로 당내 장악력도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당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들이 최 수석 중심으로 뭉쳐 있다"며 당내 '친문(친 문재인)' 세력의 한 줄기로 '최재성파(영입파)'를 꼽았다. 최 수석은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의 제1상황실장으로, 인재 영입을 담당했다. 지난 21대 총선 인재 영입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최 수석은 영입한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의 정기적인 모임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송파을이 지역구였던 최 수석은 지난 총선에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에게 패배해 낙선했다. 문 대통령은 총선 4개월 뒤 최 수석을 정무수석에 임명했다. 최 수석의 당내 영향력 역시 꺾이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최 수석은 지난달 5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3자 '소맥 회동'을 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코로나19 방역을 명분으로 국민의힘 초선의원의 면담 요청을 거부한 뒤 지역구 조기축구회에는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조미현/김소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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