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동 초고층 물류단지 개발 놓고 서울시 vs 하림 '갈등'

입력 2021-02-03 16:56   수정 2021-02-03 21:30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옛 한국화물터미널 부지에 70층 규모의 물류단지를 조성하려는 하림그룹과 서울시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하림의 개발 계획이 기존 도시계획에 벗어나는 '과잉 개발'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하림은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사업을 부당하게 지연시키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한국화물터미널 부지 관련 온라인 브리핑에서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는 양재R&D(연구개발)혁신지구 내 양재IC 인근에 있는 유통업무설비 부지로 상습교통정체 지역이라는 여건 등을 감안해 용적률 400% 이하로 관리되고 있다"며 "하림이 국토부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로 선정됐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서울시 도시계획과 배치되는 초고층·초고밀 개발을 요구하는 건 '특혜적 과잉개발' 논란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지는 경부고속도로 양재IC 및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인근 9만4949㎡ 규모다. 2016년 하림그룹 계열사 NS홈쇼핑의 자회사 엔바이콘이 2016년 5월 4525억원을 들여 매입한 뒤 국토부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로 선정돼 개발을 추진해왔다. 하림은 이곳에 그린&스마트 도시첨단물류 시설과 연구개발(R&D) 지원 시설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서울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은 하림의 개발 계획안이 기존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의 원칙과 기준에 배치돼 동의할 수 없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서 이 국장은 "해당 부지는 지구중심 지역으로 유통업무설비 용도로 사용되고 용적률이 400%까지만 적용되도록 규제를 받아 왔고, 하림측이 매입한 땅값에도 그런 부분이 반영된 것"이라며 "국토부에서 도시첨단 물류단지 시범단지로 선정됐다고 해도 구체적인 사업내용은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의 정책방향이 반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하림 측은 서울시가 중앙 정부의 정책을 무시하고 고의로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브리핑 직후 하림은 입장문을 내고 "서울시는 국회와 정부가 도입한 도시첨단물류단지 관련 제도와 법령을 무시하고 R&D단지로 조성하라는 요구를 계속해 왔다"며 "서울시 주장에 따라 R&D 공간 40%를 반영했고, 여기에 이중삼중의 규제가 덧붙여지면 현실적으로 사업성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하림은 지난 4년동안 사업 지연으로 약 15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며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 선정은 국토부가 결정한 사항이며, 국가 정책사업인데 주관부서도 아닌 도시계획국이 사업을 지연시키는 것은 법률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하림은 지난달 감사원에 서울시의 개발 고의 지연과 위법한 행정행위를 사유로 공익감사를 청구한 상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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