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70마리 해체…평소 6배 광속 포장하죠"

입력 2021-02-03 16:45   수정 2021-02-14 15:20


붉은색이 눈앞에 가득 펼쳐졌다. 숙성고에 산처럼 쌓여 있던 ‘투뿔(1++)’ 한우 등심, 제주산 한우 목심 등이 가공장으로 쉴 새 없이 옮겨졌다. 흰 위생복을 입은 직원들이 진공 포장된 고깃덩어리를 꺼내 지방을 떼어내고 숭덩숭덩 잘라 기계에 넣었다. 구워 먹기 딱 좋게 썰린 선홍빛 고기들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나와 투명팩에 담겼다.

올해 ‘설 선물세트의 꽃’은 한우다. 집밥 문화로 조리가 편한 축산품 수요가 많아졌고, 명절에 만나지 못하는 가족에게 고급 먹거리인 한우를 보내고 있다. 이마트도 한우 선물세트 물량을 전년 설보다 10% 늘렸다. 이 선물세트를 90% 이상 만드는 곳이 이마트의 축산물 가공·포장센터인 미트센터다. 지난 1일 경기 광주에 있는 이마트의 ‘고기 공장’을 찾았다.
지난해 10년 만에 매출 최고치
이마트는 2011년 미트센터를 세웠다. 연면적 7107㎡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축산물 가공 센터를 지은 건 이마트가 처음이다. 이전에는 점포들이 제각각 고기를 매입해 판매했다.

미트센터에서는 공판장 등에서 매입한 한우, 수입육, 돼지고기 원물을 다듬고 포장해 전국 이마트 점포에 진열할 제품을 만든다. 최근에는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 자체브랜드(PB) 상품 전문점 노브랜드에도 납품한다. 지난해 축산품의 인기가 커지며 미트센터를 설립한 뒤 10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3000억원을 넘었다.

미트센터는 상품에 따라 맞춤형 가공 시스템을 운영한다. 한우에만 구이, 수제, 국거리, 불고기, 스테이크, 냉동갈비 등 6개 라인이 있다. 각 라인에서는 고기를 부위에 맞게 가공한다. 예를 들어 살치살 등 구이류는 1㎝ 두께로, 스테이크용은 2.5㎝ 두께로 자른다.

명절을 앞둔 요즘 미트센터의 하루평균 작업 물량은 한우만 17~18t이다. 평상시(2~3t)의 6배 수준이다. 수입 소고기와 돼지고기까지 합하면 처리 물량이 70~80t에 달한다. 김진덕 이마트 미트센터 상품팀장은 “평소에는 하루 10마리 정도의 한우를 가공·포장하는데 요즘은 하루 70마리씩 처리한다”며 “한우 비축량도 평소 40t 미만에서 명절을 맞아 60t 이상으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증가한 주문에 인력·보관실 늘려
가공장에서 포장된 고기를 실은 컨베이어벨트는 옆방인 ‘2차 포장실’로 향한다. 이곳에서는 제품을 상자에 담아 배송지별로 분류한다. 평소에는 전체 물량이 이마트 점포에 도착하기 전 거치는 권역센터(시화, 여주, 대구)로 보내진다. 선물세트는 점포와 전국 소비자에게로 나뉘어 배송된다.

설을 앞둔 이날 2차 포장실 한쪽 벽면에는 작은 컨베이어벨트가 하나 더 있었다. 선물세트를 만드는 라인이었다. 빼곡히 늘어선 10여 명의 직원이 순서대로 선물세트 상자를 열고 한우 등심과 국거리, 불고기 각 1㎏짜리 팩을 순서대로 담은 뒤 보랭팩을 넣고 닫았다. 선물세트 하나를 완성하는 데 5분이 채 안 걸렸다.

이번 설에 미트센터가 준비해야 하는 축산 선물세트는 8만4000세트다. 지난해 설(7만6000세트)보다 8000세트(10.5%)가량 증가했다. 구이용인 냉장 세트 주문이 주로 늘었다. 올해 미트센터는 100여 명을 한우 선물세트를 제작하는 데 투입했다. 85명 수준이던 평년보다 15명 증가했다. 늘어난 물량을 보관할 컨테이너 2개도 마련했다.

김 팀장은 “냉장 선물세트를 지난달 31일부터 만들기 시작했다”며 “하루 1000세트씩 포장하지만 설이 가까워지면 매일 3000세트 이상 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 광주=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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