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애플이 이동통신사에 광고 비용을 떠넘기는 등 ‘갑질’ 행위를 중단하는 동시에 총 1000억원 규모로 중소 사업자를 지원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동의의결안을 확정했다. 동의의결은 조사 대상 사업자가 내놓은 자진 시정 방안을 검토해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이로써 공정위가 2016년 6월 애플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지 4년7개월 만에 사건이 종결됐다.
이번 동의의결안으로 애플은 상생지원금 1000억원을 마련해 연구개발(R&D) 지원센터 설립(400억원), 개발자 아카데미 설립·운영(250억원), 교육 사각지대 디지털 교육(100억원), 아이폰 사용자 대상 유상 수리 비용 할인(250억원) 등에 사용하기로 했다.
애플 측은 “R&D 지원센터와 개발자 아카데미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앞으로 국내 공급·제조업체 및 중소기업과 상생하고, 창업지원·교육 부문에 더 크게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애플은 기존 ‘갑질’ 행위에 대해서도 시정하기로 했다. 이동통신사와 광고 계약 시 관련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개선할 방침이다. 보증수리 촉진 비용과 임의적 계약해지 조항도 삭제하기로 했다. 최소보조금도 이동통신사의 요금 할인 금액을 고려해 조정하고, 문제 발생 시 협의를 거치는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통신업계는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공정위에 ‘동의의결안에 찬성하며 차후 애플과 협의해 계약 조건을 구체적으로 정하겠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다만, 광고비 분담이 실효성을 가질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1000억원 규모의 애플 동의의결 금액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애플이 통신사에 전가한 광고비가 1800억∼2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피해 액수에 미달하는 금액으로 동의의결 액수가 책정돼 헐값에 면죄부를 준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해외 사례를 고려하면 1000억원의 상생지원금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며 ‘기업 봐주기’ 논란에 선을 그었다.
이지훈/이승우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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