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칼럼 쓰는 고통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냈다. 칼럼 쓰는 날을 미리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1주일 전에 아는 것보다 하루 전에 아는 것이 낫다는 얕은 발상이었다. 고통의 시간을 줄여보자는 뭐 그런 생각.
시간은 미술에서 항상 중요한 주제였다. 모나리자는 왜 위대한 그림일까. 곧 사라질 모나리자의 미소, 마른강 위에 조그맣게 그려진 다리에는 시간과 인생, 허무에 대한 천재의 고찰이 담겨 있다는 평론가 다니엘 아라스의 해석은 설득력 있다.
너무 많이 나간 듯하다. 주제로 돌아가자. 시간은 미술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다. 주식시장은 더 드라마틱하게 시간이란 단어를 끌어들이고 있다. 테슬라는 그 상징이다. 미래를 앞당겼다는 게 상상을 초월하는 주가의 근거다. 테슬라가 연 미래에 올라탄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도 질주 중이다. 여기서 잠깐. 3등 하는 SK이노베이션은 어떻게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하게 됐을까. 1991년 12월 23일자 한 신문에 기사가 났다. 제목은 “유공(SK이노베이션의 전신), 전기자동차 만든다”였다. 몽상가에 가까웠던 한국 1세대 기업가들의 정신이 느껴진다면 과언일까.
주식시장은 시작부터 그랬는지도 모른다. 최초의 주식회사는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다. 동양으로 가는 항로와 무역이라는 불투명한 미래에 베팅하며 주식의 역사는 시작됐다. 동인도 회사가 보여준 미래는 이뿐만 아니다. 주주명부에는 관리와 부자들만 있는 게 아니다. 총독의 하녀, 어부, 가죽공방 장인 등 온갖 계층의 사람이 올라 있다. 지금과 다를 바 없다. 17세기 엄청난 혁신으로부터 주식시장은 시작됐다. 변화와 시간에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것은 주식시장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끝이다. 시간만 있었으면 더 좋은 글을 썼을 텐데.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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