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쿤 김종박 대표는 2009년부터 직원들에게 CEO 전언을 보내왔다. 직원이 18명에 불과했던 때부터 김 대표는 매주 A4용지 4~6매 분량의 CEO 전언을 작성하여 티쿤인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전언을 통해 김 대표는 본인의 마케팅 경험과 해외직판 이론을 정리하고, 플랫폼의 방향과 홍보 전략, 국내 본사와 해외법인의 역할, 각 부서별 계획과 실무지침 등을 전달한다. 이렇게 정리한 것이 11년 동안 458회에 이르렀다.
김종박 대표는 “저는 전언을 통해 오늘의 티쿤을 키웠습니다. 전언을 통해 티쿤이 나아갈 방향과 하려는 일을 정리했고, 티쿤 운영에 필요한 모든 주제를 다뤘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티쿤카페와 SNS에 공유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내실을 튼튼하게 다지면 외향력은 저절로 생긴다고 믿는 경영인이다. 따라서 내부 구성원이 자립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것을 지도자가 해야 할 최우선 원칙으로 꼽고 있다. 그러려면 대표가 무엇을 구상하는지,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그를 위해 어떤 계획과 전략들을 세우고 있는지 조직원들에게 잘 알려야 하는데 그 매개를 CEO 전언으로 삼은 것이다.
전언은 티쿤이라는 기업의 총 지휘자로서 김 대표가 티쿤의 임직원들에게 전하는 총체적인 메시지이다. 물론 아마존을 따라잡겠다든지, 한국의 10만 상인을 티쿤을 통해 해외로 진출시키겠다는 거창한 꿈도 있지만 그 보다는 회의를 잘하는 법, 인재를 알아보는 법, 티쿤 조직원끼리 소통하는 법, 티쿤이 하는 일을 잘 알리는 법 등의 구체적인 지침들에 중점을 두고 있다.
김 대표는 “자본금 3억 원으로 출발한 작은 회사가 세계 어디에도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외부 투자 없이 특별한 광고를 집행하지 않고도 지금의 글로벌 해외직판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근간에는 CEO 전언과 티쿤 만의 글쓰기 소통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글로 소통하는 문화를 만든 결과 티쿤이 운영하는 해외직판 카페는 전 세계에서 해외직판 관련 정보가 가장 많이 쌓인 정보 저장소 역할을 톡톡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티쿤에서는 실제로 글쓰기로 소통하는 특별한 문화를 10여 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조직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 안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잘 정리하고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임직원을 채용할 때부터 티쿤의 글쓰기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지 여부를 첫 번째로 묻는다. 작년부터는 글쓰기 성과를 인사고과에도 반영하기 시작했다.
티쿤 백승호 전략기획실장은 “전언에는 티쿤 직원이 알아야 할 모든 정보가 있다. 현지화 독립점 사업모델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직원이 알아야 할 중요한 내용들이 있다. 기획이 필요하고 전략을 짜야할 때, 문제점을 해결해야 할 때 나는 전언에서 답을 찾는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CEO전언은 티쿤인을 대상으로 쓰는 글이지만, 티쿤카페와 SNS를 통해 외부인 구독자가 꾸준히 늘고 있어 매년 인쇄물로 제작하여 필요한 사람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티쿤은 올해부터 김 대표의 CEO전언을 전문 번역자를 통해 일어, 중국어, 영어로 번역하고 있으며,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4개 국어 버전의 카드전언을 제작하여 각국의 티쿤인들과 줌으로 공유하고 있다. CEO전언이 필요한 사람은 티쿤카페에서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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