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1호기 내부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진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과장 출신 A씨가 지난달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야권은 4일 "A씨에 대해 징계를 내리기는커녕 장관의 정책보좌관에 앉힌 것은 입막음을 위한 인사"라며 반발했다.
2017~2019년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과장이었던 A씨는 월성 1호기 경제성을 낮게 평가하는 데 개입하고, 이후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자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작년 12월 산업부 소속 문모 산업정책관, 김모 서기관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제출 받은 이들 3명의 현 업무 현황 관련 자료에서 산업부는 "두 사람(문모 정책관, 김모 서기관)은 구속기소됐다. 다만 불구속기소된 A씨는 국장 직위로 국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해진 의원이 이들의 징계 여부를 추가 확인한 결과, A씨는 징계 없이 기소 20여일 만인 올해 1월15일 산업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이동했다. 장관 지근거리에서 주요 정책을 연구·기획하는 자리다.
조해진 의원은 "감사를 받던 중 국장으로 승진시킨 것도 모자라 기소 뒤에도 징계는커녕 장관의 정책보좌관에 앉혔다. 국가공무원법 취지에도 어긋나는 입막음식 보은 인사"라고 주장했다.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직위해제)을 보면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자는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A씨의 국장 진급은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뤄졌으며, 장관 정책 보좌관으로 간 것도 재판 준비로 현업에 종사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한 인사 조치라고 해명했다. 징계 여부는 검찰 최종 수사결과 및 재판 과정 등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11월 "이메일, 휴대전화 등에 있는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 주중에는 사람이 있으니 주말에 정리하라"고 김 서기관에게 지시하는 등 이번 사건에 적극 개입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해 12월 23일 A씨 등 세 명을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감사원법 위반·방실침입 혐의로 기소했다. 구속된 나머지 2명과 달리 A씨는 법원이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며 영장을 기각해 불구속기소됐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자백을 해서 구속을 피한 죽을래 과장(과거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주장을 했다가 장관으로부터 '죽을래'라는 폭언을 들어 생긴 별명)은 승승장구 중"이라며 "기소된 피고인이 국장으로, 정책보좌관으로 파격승진하는 예를 본 적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정황을 보고도 뽀요이스(북한 원전 추진) 문건은 정권의 지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지극히 편향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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