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포함된 연기금 등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최장·최대 순매도 거래일 기록을 세웠다. 28거래일 연속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0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국내 주식시장 비중 제한으로 인한 기계적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매수를 할 수 없는 연기금이 단타 거래에 집중하면서 시장 변동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장중 3762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이 1조8290억원을 순매도한 영향으로 1.34% 떨어진 3087.62에 거래를 마쳤다. 연기금은 이날로 28일 연속 순매도 기록을 세웠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 순매도액은 9조9000여억원에 달한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코스닥 순매도액까지 더하면 순매도액 규모는 10조원을 넘어선다.
기존 최장 연속 순매도일은 지난 2009년 8월 3일부터 9월 9일까지 이어진 28거래일이다. 당시 연기금의 순매도액은 2조6323억원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충격으로부터 장이 서서히 회복하던 시기다. 과거 순매도일이 20일 이상 이어졌던 2017년 6월과 2020년 7월에도 해당 기간 순매도액은 각각 2조원대에 그쳤다.
연기금의 순매도는 당분간 추세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올해 설정한 국내주식 비중이 가득찼기 때문이다. 연기금은 지난해 17.3% 였던 국내 주식 비중을 올해 16.8%로 줄인다. 국내 주식 비중은 줄이고, 해외 주식 비중은 늘리기로 한 5개년 중기자산 배분 계획에 따랐다. 하지만 지난해말부터 코스피지수가 오르면서 국내 주식 비중은 가득 찬 상황이다. 단타를 하거나, 팔 수 밖에 없단 얘기다. 증권업계에서 중·장기 자산배분 계획은 정해놨더라도 시장 상황에 따라 전략을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연기금은 순매도를 하는 기간에 단타에 집중했다.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로, 3조원 넘게 팔았다. 삼성전자를 2억3794만주 매수하고, 2억256만주 매도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총 거래량인 9억7427만주 가운데 24% 이상이 연기금의 거래였다. 같은 기간 6조원 넘게 순매도한 외국인은 거래량 비중이 20%에 못 미쳤다. 연기금이 그만큼 단기간 사고 팔고를 반복했단 뜻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국민연금에서 운용 위탁을 받은 운용사들이 비중은 늘릴 수 없고 수익을 내야하는 만큼 앞으로도 단타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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