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뒤끝 작렬'…부동산 당정협의에 홍남기 부총리 부르지도 않아

입력 2021-02-04 17:43   수정 2021-02-05 00:58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전 열린 부동산대책 당정협의회에 불참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홍 부총리를 부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홍 부총리가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여당 추진 대책에 난색을 보이자 여당이 홍 부총리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당정협의회’를 열고 부동산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회의에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홍익표 정책위의장,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김용범 기재부 1차관 등이 참석했다. 기재부는 부총리 대신 차관이 나왔는데 통상 부동산을 포함한 주요 경제대책 발표 전 당정협의엔 부총리가 참석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정협의에 부총리 대신 차관을 보내달라고 기재부에 말했다”며 “이번 대책이 국토부의 주요 업무인 부동산 공급에 관한 것이고, 변창흠 장관의 첫 당정협의라 국토부에 힘을 실어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부총리와 여당 관계가 불편해진 데 따른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과거 8·4대책 등 부동산 공급 대책 때는 부총리가 당정협의에 참석해왔던 것을 고려하면 이런 설명만으론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홍 부총리의 잇따른 ‘반기’에 심기가 불편해진 여당이 일부러 부총리를 배제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4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 보편 지급과 소상공인 등 선별 지급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홍 부총리는 같은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안”이라고 반발했다. 재정 소요가 너무 크다는 이유 등에서다.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부총리를 사퇴시켜야 한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이상 기류는 지난달부터 감지됐다. 지난달 24일 자영업 손실보상 제도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고위당정청협의 때도 부총리는 불참했다. 당시 기재부는 몸살감기 때문에 홍 부총리가 빠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손실보상제 관련 이견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홍 부총리는 여당이 주도하는 손실보상 법제화에 대해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고 재정 소요가 너무 많이 든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기재부는 이날도 과도한 재정 투입을 경계하는 입장을 내놨다. 안일환 기재부 2차관은 공공기관 투자집행 점검회의에서 “미래세대의 부담인 국가채무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차관은 “재정지출의 불가역성을 경고한 일본의 ‘악어 입 그래프’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악어 입 그래프는 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상향 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세수는 점차 줄어 하향 곡선을 그리는 것을 가리킨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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