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캣맘(길고양이의 먹이를 챙겨주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들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는 네티즌 A씨의 사연이 올라와 화제다.
주택가에 살고 있는 A씨는 "우리 집뿐만 아니라 이웃집 여기저기에도 고양이 사료와 물, 간식 츄르 같은 것을 그릇에 놓고 간다"며 "캣맘들이 무단으로 우리 집 쪽에 사료를 놓은 뒤 고양이들이 아예 우리 집 마당에서 살거나 밥을 먹으러 온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잔디밭과 텃밭으로 꾸몄던 마당은 고양이 배설물이 쌓여가는 탓에 결국 풀을 전부 뽑아야만 했다고.
더 큰 문제는 고양이 먹이를 준 후 발생한 쓰레기를 처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A씨는 "사료 담은 그릇이나 츄르 종이를 치우지도 않는다. 매번 퇴근하고 오는 가족들이 치운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참다 못한 A씨는 결국 대문에 '고양이 밥 좀 그만 두세요'라는 메시지를 적어놨지만, 돌아온 답변은 '쓰레기는 치울게요. 그런데 고양이들이 굶는 게 불쌍하지 않나요. 아량을 베푸세요'였다. A씨는 "마치 우리 가족을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로 묘사했더라"며 속상해했다.
밤이 되면 내내 울어대는 고양이들 때문에 잠을 설치는 날도 많아졌다는 A씨. 심지어 고양이들은 서로 "갸르릉"대며 싸우기 일쑤였다. 시험을 준비 중인 A씨의 동생도 고양이들 소리에 통 집중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분명 좋으신 캣맘도 많은 걸 안다. 그러나 쓰레기까지 그대로 버리고 가는 등 일부 개념 없이 행동하는 분들로 인해 너무 고통스럽다"며 "정중히 장소를 옮겨달라고 이야기해도 '아이들의 습성 때문에 안 된다'면서 되려 화를 낸다. 대화로 해결이 나지 않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면 어이없다는 식으로 쳐다보고는 휙 자리를 떠 버린다"고 답답해했다.
A씨와 같이 길고양이 돌봄 문제로 주민 간 갈등이 불거지는 일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캣맘이 길고양이를 혐오하는 사람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폭행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가해자를 엄벌해달라"는 내용의 청원글이 올라와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또 최근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보존된 보신각 울타리에 붙은 경고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보신각종은 지정문화재로 우리나라 보물 2호다. 해당 경고문에는 '유물 보존을 위해 종각 안에 고양이 사료를 넣지 마십시오. CCTV로 관찰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에 온라인 상에서는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좋은 마음으로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은 칭찬 받아 마땅하나, 피해를 끼치지 않는 적절한 행동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은 갈등을 막기 위해 서울 강동구, 관악구, 서초구, 서대문구, 도봉구 등 일부 지자체들은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개인이 급식소를 마련해 먹이를 두도록 하지 않고, 구청이 급식소를 설치·관리해 주민 간 다툼을 줄인다는 취지다. 서대문구와 도봉구는 포스코 건설과 함께 내구성이 높은 철제 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기도 했다.
또 서울시는 2008년부터 길고양이를 중성화(TNR)하는 사업을 추진, 2013년부터 2년 단위로 '길고양이 서식현황'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는 "길고양이 개체 수가 2013년 25만 마리에서 2015년 20만 마리, 2017년 13만9000마리, 2019년 11만6000마리로 53.6%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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