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 조처를 다시 한 번 연장하면서 공매도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졌습니다. 공매도는 무엇이고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왜 공매도 금지를 넘어 폐지를 외치는지 그들의 입장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난해 개미들은 우리 증시의 주포(지지세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죠.
공매도, 주식 빌려와 팔고 나중에 다시 사서 갚는 전략
공매도(空賣渡)라는 글자 그대로만 보면 ‘없는 것을 판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없는 주식을 먼저 팔지는 않습니다. 주식을 가지고 있는 다른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빌려와 시장에 내다 팔고 나중에 주식을 사서 되갚는 투자입니다. 오늘 A라는 주식이 내일은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주가가 과도하게 높다고 생각할 때 펼칠 수 있는 전략인 거죠. 오늘 1만원에 판 가격과 내일 5000원에 산 가격의 차이, 즉 5000원이 공매도 수익이 됩니다.
전문가들은 그간 공매도와 관련한 분석을 내놓을 때 외국인투자자들 입장에서 많이 설명됐습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의 주포였기 때문이죠. 외국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외국인 입장에서 공매도는 하나의 헤지(위험회피)수단으로 공매도가 허용되면 현물 시장에서 적극적인 순매수에 나설 수 있다"며 "투자 전략을 막으면 외국인들은 한국 시장 접근을 꺼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시장 건전성 측면에서 접근한 연구원도 있습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증시가 한 방향으로 거래가 되는 것보다는 양방향 거래가 가능한 점이 건전성, 증시 선진화 측면에서 (공매도를 허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며 공매도가 허용되면 외국인들이 유입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습니다.
개미, 증시 영향력 커졌는데…그들의 불만은?
개인들은 이미 국내 증시의 한 축으로 성장했습니다. 지난해 개인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63조9240억원을 사들였습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4조7261억원, 36조924억원을 팔아치웠죠. 개인들이 공매도 금지를 넘어 폐지를 외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몇 가지 큰 불만을 짚어보면 이렇습니다.
국내 불법공매도 처벌 수준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특히 미국에 비해 약하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는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은 과태료 부과에 불과했지만 작년 말 법 개정으로 국내에서도 불법 공매도 세력에 대해 최소 1년 이상, 최대 30년 이상 징역형 처벌이 가능해졌습니다. 미국은 물론 홍콩(2년 이하 징역), 독일·일본(벌금·과태료만 부과)보다 강한 수준이라는 설명입니다.
불법 공매도를 상시 감시할 수 있는 혹은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라고도 요구합니다.
그러나 이는 한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없는 시스템이라는 게 당국의 설명입니다. 주식 대차거래는 '사인(私人) 간 계약'에 의해 이뤄지는데 매일 560만 건에 달하는 모든 매도 주문에 결제 가능 수량을 확인하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겁니다. 음주운전을 줄이기 위해 모든 차에 음주측정기를 부착하지는 않으니까요.
공매도 관련 공시 의무 수준이 글로벌 대비 약하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이 역시 사실과는 다릅니다. 오히려 한국의 공시 의무는 글로벌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으로, 주요국 중 무차입 공매도 금지, 업틱룰(매도 호가 제한 규정), 공매도 호가 표시, 투자자·종목별 잔액 공시 규제를 모두 적용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입니다.
'지켜보자' 분위기…개인 투자심리도 고려할 때
일단 개인들은 지켜보자는 분위기입니다. 공매도 재개 소식이 전해진 이후 전날 시장에서 개인들은 2조6837억원을 사들였습니다.금융위는 공매도 부분 재개 조치와 함께 공매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이달 내 불법 공매도 점검을 위한 전담조직이 출범하고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적발주기도 1개월 이내로 단축하겠다는 설명입니다.
당일 선매도·후매수 등 다양한 방식의 불법 공매도에 대응해 적출 기법도 고도화해 나가고, 공매도가 재개될 경우 장중 종목별 공매도 호가정보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급격한 가격하락 및 공매도 급증 등 이상 징후가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즉시 특별감리에 착수하겠다고 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재개 시점이 다가올수록 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며 "현재 지수가 더 밑으로 떨어지지 않게 방어하고 있는 주체가 개인인 만큼 재개 시점에 개인들의 투자심리가 얼마나 훼손될지가 시장 방향에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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