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0대 여성이 대형병원에서 흉부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그 뒤 방사선사로부터 "남자친구가 있느냐"는 사적인 문자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피해자에 따르면 진료 기록지에 있는 개인정보를 빼내 환자에게 접근한 심각한 일이지만 병원 측은 "불안하면 번호를 바꾸라"며 별일 아니라는 듯 넘기려 했다.
지난달 말 22살 A씨는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대형병원에서 흉부 엑스레이를 찍었다. 그날 밤 '아까 엑스레이 촬영한 방사선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성은 "차트에 적힌 전화번호를 보고 연락했다"며 "남자친구가 있냐"고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컴퓨터 화면에 흉부 사진 다 나오는데,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그 사람이 제 개인정보를 보고 접근했으니까 마음먹으면 집으로 찾아올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너무 걱정됐다"고 했다.
A씨는 이튿날 바로 병원에 항의했지만, 병원은 '정 불안하면 전화번호를 바꾸라'고 했다.
A씨는 "원래 이런 일이 좀 흔하고 귀엽게 봐달라는 듯한 (병원 측) 태도가 불쾌했다"고 했다.
환자 개인정보를 빼내서 접근하는 것은 엄연한 법 위반이다. 환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쓰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나 의료법 위반 책임 물을 수 있고,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되는 경우엔 5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5천만 원 이하에 처한다.
지난해에는 대전의 한 병원 의사가 진료 기록지를 보고 여성 환자에게 사적인 메시지를 보내 해고되기도 했다.
병원 측은 "의도와 달리 대응이 미숙했다"며 "해당 방사선사의 진료기록 접근 권한을 차단했고 진상조사가 끝나는 대로 인사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