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의 기업워치]신용도 기로에 선 세아베스틸, 대규모 순손실 극복하나

입력 2021-02-05 10:06   수정 2021-02-10 14:59

≪이 기사는 02월04일(10:4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세아베스틸의 신용도가 기로에 섰다. 업계 경쟁은 심화하고 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으로 인해 불리한 시장 환경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순손실을 내면서 세아베스틸을 바라보는 국내 신용평가사의 셈법이 분주해지고 있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세아베스틸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2조5358억원으로 전년 대비 4007억원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32억원으로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중 2822억원 규모의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발생하면서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2346억원의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번 유형자산 손상차손은 영업실적 저하에 따른 향후 유형자산 사용가치 하락분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면서 발생했다.

세아베스틸은 국내 특수강 시장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갖췄다. 자동차와 기계부품 등에 주로 사용되는 특수강봉강 내수 시장에서 5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력 사업의 실적 저하에 대응하기 위해 알루미늄 압출과 금속관 제조 등을 하는 세아항공방산소재를 인수해 사업 다각화에도 나섰다.

하지만 업계 경쟁 강도는 거세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2016년 100만톤 규모의 특수강 공장을 준공했다. 현대차그룹의 점진적인 수직계열화 강화 추세가 나타나면서 주요 품목에서 경쟁 심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불리한 시장 환경과 수익성 저하 추세가 세아베스틸의 신용도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상반기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세아베스틸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생한 대규모 손상차손이 세아베스틸의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축적된 자본 규모를 감안하면 재무구조에 미치는 불리한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 이번 순손실을 반영한 세아베스틸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90.6%다. 세아베스틸은 운전자금 규모를 줄이면서 전반적인 차입 부담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급격하게 저하된 완성차 판매 실적도 지난해 2분기를 저점으로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띠고 있다.

이영규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손상 반영 이후 유형자산 장부금액 감소로 인해 감가상각비가 과거에 비해 30~40% 안팎 감소할 것이라 수익성에 일부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가 완화돼 전방산업의 시장 환경 개선으로 매출이 회복되면 운전자금 부담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 연구원은 "경쟁 심화 등을 감안하면 저하된 영업수익성의 중단기적 개선 수준에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현대제철의 시장 진입 본격화에 따른 경쟁 환경 변화와 주요 전방산업의 수요 변화, 주요 원부자재 추이, 영업수익성 방어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세아베스틸의 신용등급을 결정할 방침이다. 현대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세아베스틸의 신용등급으로 A+를 부여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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