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강제북송 선원은 흉악범…규명은 北에서 해야"

입력 2021-02-05 16:20   수정 2021-02-05 16:23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019년 한국 정부가 강제 북송한 탈북 선원 두 명을 ‘흉악범’이라 부르며 “(강제북송이) 온당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범죄 여부를 어떻게 확신할 수 있냐는 질의에는 “북한에서 규명할 문제”라고 답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의 거센 비판을 받은 강제 북송사건에 대해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최종 책임자였던 정 후보자가 범죄 사실 규명도 안 된 탈북자들의 북송이 ‘온당한 결정’이었다 말하며 파장이 예상된다.

정 후보자는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2019년 탈북 선원 강제 북송사건에 대해 “이들은 흉악범이고 귀순할 의사가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계속 도주하다가 우리 해군 통제에 도저히 불응할 수 없으니까 (나포된 것)”이라며 “애당초 이들을 북방한계선(NLL)에서 나포하지 않았으면 좋을 뻔 했다”고 덧붙였다. 나포 직후 귀순 의향을 밝힌 것 아니냐는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는 “나포하고 난 다음에 사실 귀순하려고 했다고 밝혔다”며 “합동 조사 과정에서 범죄 사실을 조사했는데 (이들의 답변이) 일치했고 용납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9년 11월 동해상으로 탈북한 선원 2명을 닷새만에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했다. 정부 합동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선장의 가혹행위에 불만을 품고 선장을 포함해 16명의 동료들을 살해한 뒤 배를 몰아 탈북했다. 이들이 탄 선박은 11월2일 해군에 나포됐고 정부는 이들이 중대 범죄자로 보호 대상이 아니라며 닷새 뒤인 11월7일 안대를 씌워 판문점에서 경찰특공대를 동원해 강제 북송했다. 경찰특공대가 범죄 피의자 호송에 동원된 것은 2011년 삼호 주얼리호 피랍 사건 당시 소말리아 해적들 이후 처음이다. 당시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HRW) 아시아 담당 국장은 “한국 정부의 발표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국제인권규범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정 후보자는 “이들의 범죄 행위에 대해 정부가 사실을 정확하게 규명할 수 없다”면서도 “범죄 행위를 한 것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흉악범인지를 어떻게 확신할 수 있냐는 지 의원의 질의에는 “우리 정부가 사실 정확하게 규명할수도 없고 북한에서 규명해야 한다”고 답했다. 탈북자 출신인 지 의원은 “북송 선원이 모두 처형됐다는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법치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법과 질서 없이 정치적 결정만으로 무의미하게 두 생명을 희생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외교부 수장이 가장 기본적인 보편적 인권을 경시하고 저버렸는데 어떻게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떳떳하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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